공장 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자동차 생산량은 17%나 급감
반도체ㆍ기계 모든 분야서 고전
고용 부진 등 체감경기도 한파
향후 전망도 악재 산적에 먹구름
만성적 수출 부진에 허덕이던 제조업이 산업 구조조정 및 자동차 업계 파업 등의 유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동차 생산이 두 자릿수 비율 이상 급감하는 등 지표 악화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 업종 체감 경기는 7년 만에 최악 상황이고, 제조업의 고용 창출 여력이 약해지는 등 제조업 부진이 전반적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통계청이 낸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4%를 기록하며 7월보다 3.4%포인트 급락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69.9%를 기록한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호황으로 들어가던 2011년 1월 가동률(82.5%)에 비해서는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공장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서, 제조업 전체 생산은 7월에 비해 2.5% 감소했다.
자동차발 생산 감소 두드러져
이처럼 최근 들어 제조업 생산이 부진한 것은 수출 부진이 계속된 가운데, 주요 자동차 업체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8월 중 현대 기아 한국GM 등 자동차 3사의 파업으로 약 6만6,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자동차 생산은 7월에 비해 17.7% 감소했다.
파업뿐 아니라 수출과 내수 부진도 자동차 생산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8월 중 자동차 수출은 18.6%, 내수는 10.6% 감소했는데, 통계청은 파업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8월 자동차 생산량이 8%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 산업은 지수 가중치에서 전체 광공업(제조업+광업+전기ㆍ가스ㆍ수도)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경기에서 비중이 크지만, 올해 들어 ▦수출 부진 ▦개별소비세 종료에 따른 수요 급감 ▦파업 등 변수가 겹치며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올해 1~8월 8개월 동안 자동차 생산이 전년 동월에 비해 증가한 달은 세 차례(2ㆍ3ㆍ5월)에 불과하다.
자동차와 함께 수출을 이끄는 쌍두마차 격인 반도체의 생산량 역시 7월에 비해 5.2% 감소했다. 기계장비(-2.4%) 전기장비(-0.8%) 금속가공(-0.1%) 석유정제(-0.6%) 등 중화학공업 분야 생산이 전반적으로 전달보다 뒷걸음질 쳤다.
앞으로가 더 문제
지표뿐 아니라 체감경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9월 업황 BSI는 71을 기록하며 8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자동차 업황 BSI는 8월 76에서 9월 65로 11포인트 급감하며, 2009년 6월(5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은 내수부진(26.3%)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18.0%) 등을 경영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생산이 줄어들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부문에서 신규 고용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대기업 제조업체의 신규채용은 3만9,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0여명 줄었다. 특히 구조조정 중인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에서 신규 채용이 1만명 줄었고, 기타 기계ㆍ장비 제조업에서도 2만1,000명의 신규 채용이 줄었다.
향후 전망도 매우 어둡다.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 조선ㆍ해운을 비롯한 산업 구조조정 등 기존 악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 자동차 파업이 9월에도 계속 이어졌고,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 등 주력 산업에서 추가 악재가 발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심리 회복이 미흡한 가운데 파업 장기화, 대규모 리콜 등이 생산ㆍ소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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