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북한 핵 문제의 해법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선호하는 ‘이란 식 금융봉쇄’에 시동을 걸었다. 국제금융거래 시스템에서 북한을 퇴출시켜 외화 유입을 차단하고, 북한 경제를 고사시켜 김정은 정권의 항복을 받아내는 전략이다.
29일 미 의회에 따르면 맷 새먼(공화ㆍ애리조나)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전날 북한 금융기관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의 이른바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H.R.6281)을 발의했다. 조선중앙은행 등 북한 금융기관과 이들 기관에게 국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제금융망 접근을 돕는 모든 단체와 개인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조사ㆍ제재하는 내용이다. SWIFT에는 전세계 200여개국 1만1,000여개 금융기관이 접속되어 있으며 일 평균 1,800만건의 국제금융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SWIFT에서 퇴출되면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 통로는 직접 들고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다.
앞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지난 27일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북한을 SWIFT 거래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다른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와 행정부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SWIFT에서 북한이 배제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의 일반적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이 SWIFT에서 퇴출되면 심각한 외화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결국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고 협상장으로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2012년 같은 상황에 빠졌던 이란이 경제난을 견디지 못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선택한 사례가 재연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핵 문제의 ‘이란 식 해법’은 클린턴 후보가 선호하는 방식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클린턴의 외교분야 최측근이자, 클린턴 정권에서 국가안보보좌관 혹은 국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제이크 설리번은 “북한을 협상에 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란 식) 제재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1월 대선에서 클린턴이 승리할 경우 의회의 초당적 지원을 전제로 ‘이란 식 경제봉쇄’가 상당 기간 미국의 북핵 대응정책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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