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3> 우상귀 접전이 일단락되자 박정환이 1로 좌하귀에 걸친 다음 2 때 3, 5로 위에서 꾹꾹 눌러갔다. 일단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참고1도>처럼 평범하게 진행하다간 미세한 계가바둑이 돼서 흑이 덤내기가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좌하귀에서 9까지 진행한 다음 백이 11로 둬서 우하귀를 지키는 것도 크지만 이세돌은 원래 수비보다 공격을 선호하는 기풍이므로 10으로 먼저 좌변을 갈라쳤다. 상대가 우하귀를 두지 않았으니 박정환이 11로 걸친 건 당연하고 이후 16까지 피차 별 불만 없는 진행이다.
박정환이 우변에 17로 벌린 것도 역시 큰 자리다. 위쪽 백 두 점을 확실히 제압하면서 다음에 A로 침입하는 뒷맛을 노리고 있다. 그러자 이세돌이 18로 다가서서 좌상귀 침입을 노렸다. 이때 박정환이 19로 ‘헤딩’한 게 선수를 잡기 위한 응급처방이다. 원래 이런 수는 백을 저절로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악수라고 돼 있지만 지금은 빨리 선수를 뽑아 아래쪽 흑돌을 돌보는 게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세돌이 20으로 올라서자 박정환이 좌변을 21로 지킨 게 재미있는 수다. 평범하게 <참고2도> 1로 두면 당장 2로 치중해서 3으로 이을 때 4로 넘어가는 뒷맛이 남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은 22부터 25까지 진행하면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바로 26으로 쳐들어갔다. 박정환이 기껏 21로 지켰는데도 26을 두다니 약간 뜻밖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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