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과 구조조정 악재 속에 제조업 고용 비중이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1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52만8,000명) 중 16.7%를 차지했다. 전체 취업자 대비 제조업 비율이 이보다 더 낮았던 것은 2년 10개월 전인 2013년 10월(16.5%)이 마지막이었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8월 15.9%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반등해 16~17%대를 유지해왔다. 이 비율은 올해 1~2월 당시 17.9%까지 오르며 18%대를 넘봤으나, 3월 17.5%로 꺾인 이후 8월까지 매달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비율이 높은 울산과 경남에서 이 비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울산의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8월 기준 35.4%였다. 이는 2013년 8월 35.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남 또한 8월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4.4%로 7월(23.6%)보다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7월 수치가 2008년 4월(23.4%) 이후 최저였다.
이처럼 제조업 고용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수출 부진에 구조조정 여파가 겹쳤기 때문이다.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주력 제조업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자 수출은 지난 7월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8월에 플러스로 전환했으나 조업 일수 증가 등에 힘입은 ‘반짝 반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올해 4월 이후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점도 제조업 일자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겹악재 속에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4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7월부터 6만5,000명 줄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8월에도 7만4,000명 줄어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팀장은 “제조업은 경제 둔화 심화와 중국의 추격,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2015년 이후부터 상용 근로자를 줄이고 임시·일용 근로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취업자 수를 늘렸다”며 “이제까지는 임시·일용 근로자 증가세가 제조업 일자리 충격을 줄이는 완충 작용을 했지만 제조업 가동률 하락, 수출 부진 심화, 구조조정 본격화로 감소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석유화학, 철강 등에서도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출 경기도 뚜렷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터여서 올해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팀장은 “일자리 질이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불안정한 저임금의 서비스업 일자리가 채우면서 전반적인 고용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할 전략을 세워 서비스업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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