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인권 강화
노후도 외에 거주자 의향 등 반영
사전협의제도 연내 법제화 방침
앞으로 서울 내 재개발정비사업을 진행할 때는 주민 의사를 조율하는 사전협의체가 운영되고, 정비지역 지정 요건과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권을 고려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시는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조합이 설립되는 사업계획단계에서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사람ㆍ인권 중심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그 동안은 노후도나 세대밀도 같은 물리적ㆍ정량적 평가로 정비구역을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 등 대상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역 지정을 하게 된다.
이어 협의조정단계에서는 2013년 도입한 사전협의체를 당초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인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앞당겨 운영한다. 사전협의체는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 5명 이상으로 이뤄져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최소 5차례 이상 대화하도록 한 제도다. 지금까지는 보상금액이 결정되고 이로 인해 사업 당사자간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관리처분계획 이후에 사전협의가 진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법령이나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돼온 사전협의체 제도를 연내 조례개정을 통해 법제화하고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에서는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또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 미이주 세대를 중심으로 이주ㆍ철거 절차를 안내하고 사전조정활동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밖에 시는 사전협의체 법적근거 마련, 상가세입자 손실보상제도 보완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대법원, 경찰과도 협력해 인도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박원순 시장은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강제퇴거는 편의가 아니라 최종수단이 돼야 한다”며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도시정비의 틀을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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