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사 초청 강연서 쓴소리
“대안ㆍ혁신학교로 창의적 학습을”
“우리는 빨리 선진국을 따라가려고 주입식 교육만 해왔습니다. 여기까지가 이제 한계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계속 이렇게 교육해서는 아이들만 힘든 게 아니라 국가 존망도 어렵습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다룬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출간한 조정래 작가가 28일 서울 정동길 예원학교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초청 강연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500여명의 초중고교 교사가 참여한 이 강연에서 그는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삶의 행복도는 꼴찌… 이게 말이 됩니까.”
부친이 교사였고 젊은 시절 국어교사였던 조 작가는 교육의 목표 3가지를 꼽았다. 인격적인 인간, 더불어 살 줄 아는 인화(人和)적 인간, 경제활동 등을 하며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자립적 인간 만들기. 조 작가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빨리 잘 사는 나라를 만들려고 인격적ㆍ인화적 인간 만들기는 무시해 버렸고, 결국 교육현장이 황폐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풀꽃도 꽃이다’에서도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신념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국어교사 ‘강교민’이 주인공이다. 조 작가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지식만 주입시키려 하지 말고 학교에 와서 행복을 느끼고 선생님을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사랑부터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괜찮아, 오늘 일은 실수일 뿐이야’라고 다독여주고 ‘집에 무슨 일이 있니’라며 아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게 교사의 진정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조 작가는 교육당국에 대해서는 “교육부에는 일선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기능 딱 한 가지만 주고, 나머지는 덴마크처럼 모든 걸 교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일관성 없는 정책이 되레 교육을 그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은 뭘까. 소설에도 나왔듯 조 작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능한 대안으로 혁신학교와 대안학교를 제시했다. 조 작가는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처음 혁신학교를 도입했을 때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았었지만, 소설 취재과정에서 혁신학교와 대안학교가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보며 굉장히 반가웠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 틀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다.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개혁도 촉구했다. 조 작가는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개혁을 이뤄냈듯 ‘교육개혁 5개년 계획’ 등의 사업을 10년만 하면 한국의 교육 문제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지금 교육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 선생님과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에게 천국을 줄 수 있습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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