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이 가능했던 법조항
헌재, 전원일치 헌법불합치 결정
“구속 수준의 신체 자유 제한 안돼”
정신질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 보호의무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진단만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반돼 개정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정신보건법 제24조 1ㆍ2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이지만 당장 효력을 중단시키면 법률의 공백이 생겨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법률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강제입원이 가능한 이 보호입원 조항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보호입원은 환자의 신체 자유를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제한하므로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고 악용ㆍ남용 가능성을 방지하며,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일방적으로 격리하거나 배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에 입원치료나 요양을 받을 정도의 정신질환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도 헌법불합치 판단의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정신보건통계를 근거로 들며 “정신과 전문의 소견만으로 누구나 보호입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오남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 8만462명 중 본인 의사에 반하는 입원자가 73.5%(5만9,168명)에 달하고, 특히 이 조항에 따라 보호입원된 환자가 63.5%(5만1,132명)를 차지한다. 정신질환자가 아닌데도 재산 분쟁 등으로 강제입원되는 악용 사례도 발생해 문제가 됐다.
헌재는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입원 대상자의 의사 확인이나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제도도 충분히 갖추지 않아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박모(60)씨는 2013년 재산을 노린 자녀 2명의 동의와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됐다. 박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청구와 함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박씨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 심리를 중단한 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이 사건 심리를 계속할 방침이다. 현재 이 조항에 따라 본인 의사와 반해 강제입원된 이들은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퇴원할 수 없으며, 인신보호 구제청구를 통해 구제받아야 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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