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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수원, 반경 10㎞내 단층 시료만 채취… 연대측정 방법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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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수원, 반경 10㎞내 단층 시료만 채취… 연대측정 방법도 의혹

입력
2016.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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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까지 조사” 허위로 기재

“안전성 문제 없다”결론 내려

1000년 단위로 연대 측정 않고

수백만년 단위 측정방법 채택

심사기관 KINS 사전 인지 의혹

부산 기장군 장안읍 신고리원전 1호기
부산 기장군 장안읍 신고리원전 1호기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력발전소 부지일대의 지질ㆍ지진 안전성 평가가 총체적 부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국회 압력 끝에 지난 22일 공개한 ‘신고리 5ㆍ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이 같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적시돼 있다.

먼저 한수원은 충분한 조사 없이 만들어진 11년 전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만든 ‘재탕보고서’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제출했다. KINS는 문제의 보고서가 자신들이 직접 조사한 내용과 확연히 다른데도 ‘적격’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원전 건설 허가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어느 기관도 원전지대의 안전성 문제를 되짚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수원이 신고리 5ㆍ6호기 부지 일대에 대한 현장 지진ㆍ지질 조사 없이 2005년 신고리 1ㆍ2호기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보고서를 작성한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 부지가 신고리 1ㆍ2호기 바로 옆이라 별도 조사가 필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 분석 결과를 처음 공개한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던 만큼 그 이후 짓는 원전의 부지에 대해선 반드시 다시 조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신고리 5ㆍ6호기 보고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신고리 1ㆍ2호기 보고서 자체도 허점투성이라는 점이다. 한수원은 보고서에서 원전 예상 부지의 반경 1㎞, 8㎞, 40㎞에 대한 활동성 단층 등 지질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이 단층의 연대 측정을 위해 단층비지(단층에 따라 암석이 부서져 생긴 점토) 일부(시료)를 채취한 10곳은 최대 반경 8~10㎞에 불과했다. 반경 10~40㎞에 대한 조사 없이 ‘반쪽 자리’ 채취로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은 신고리 원전지대에서 4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수원이 택한 지질ㆍ지진조사의 연대 측정 방법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통상 학계에서는 10여 가지 방식으로, 단층과 지층이 언제 만들어졌고 언제까지 활동 했는지를 파악해 지진을 예측한다. 한수원은 이 가운데 ‘루비듐-스트론튬법(Rb-Sr)’과 ‘포타슘-아르곤법(K-Ar)’을 통해 “원전 부지 인근의 단층은 5,000만~2,000만년 전 사이 활동을 했고, 제4기층(200만년) 이후 단층운동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손문 부산대 교수는 “Rb-Sr, K-Ar 방법은 반감기가 긴 단층을 측정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최소 수십만~수천년을 기준으로 해야 파악할 수 있는) 활동성 단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에도 특정 단층이 활동성 단층인지 판단하려면 3만5,000년 전 이후 최소 1회 또는 50만년 전 이후 2회 이상 지진이 발생했는지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1,000년 단위(Ka)까지 측정해야 할 상황에서 주로 수백 만년 단위(Ma)로 측정하는 방법을 고른 것이다. 1㎜ 길이를 재는 데 최소 눈금이 1m인 자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희권 강원대 교수는 “Rb-Sr, K-Ar 방법은 단층 생성 시기를 측정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라서 활동성 단층을 찾는다는 데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한수원이 한 지점에 대해 Rb-Sr 방식으로 시료를 채취해 ‘최근 활동 시기‘를 조사한 결과 4,200만년 전으로 나왔다. 하지만 동일 지점에 대해 KINS가 2006년 당시 과학기술부의 의뢰로 전자회전공명(ESR)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는 ‘54만년 전’으로 나타났다. 문 의원은 “한수원이 원전 건설 부지에서 일정 길이 이상의 활동성 단층이 나올 경우 설계 자체를 재검토 하거나 자칫 건설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 같다“며 “그래서 단층 활동 시기를 최대한 멀리 나오도록 하기 위해 Rb-Sr, K-Ar 방식을 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부실한 조사 결과를 가지고 ‘돌려막기’까지 하는 한수원의 문제는 이번 만이 아니다. 한수원이 2007년 KINS에 제출한 ‘경주 중저준위방사물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대한 건설ㆍ운영 안전성 심사결과보고서’도 허위로 작성해 문제가 됐다. 당시 KINS는 “한수원이 읍천단층에 의한 지진동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음에도 5개 주요 단층을 비활동성 단층으로 판정했다”며 재조사를 지시했다.

한수원 보고서를 심사한 KINS의 행보도 석연치 않다. 한수원이 11년 전 보고서를 재탕해 제출한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검토 결과 이상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KINS는 과기부 의뢰로 6년 동안 79억원을 들여 한수원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 ESR 방식으로 지질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는 신고리 5ㆍ6호기 부지 일대의 양산단층과 울산단층ㆍ읍천단층은 모두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활동성 단층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 의원은 “신고리 5ㆍ6호기의 보고서가 허점투성이로 드러난 이상 나머지 원전의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도 전면 공개해야 한다”면서 “전문가 그룹의 재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 공사는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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