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정책조정회의서 대책 확정
아직도 제품안전협의체 구성 안돼
관련 기관 협업 시스템 미비
제도개선 요구 공문에 회신도 안해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위해(危害) 제품을 유통단계에서부터 차단하겠다며 지난 2014년 8월 관련 대책을 쏟아 내고서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난 여론이 일 때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책을 내놓은 뒤 관심이 식으면 ‘나 몰라’라 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정부가 뒷짐지고 있는 사이 얼음 정수기 니켈 검출, 이케아 서랍장 전도사고 등 연이은 제품 안전사고로 국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위해 제품 유통 차단을 통해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며 제품안전협의체 구성 등을 핵심 대책으로 제시했다. 정부간 협업을 통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발생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 어린이제품 등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가 5개 법령에 따라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문제 인식에서다.
하지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관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대책을 확정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지금까지도 제품안전협의체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협의체 구성 대상에 포함된 기관들 사이의 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관련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공문 10건 가운데 4건 이상은 회신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일례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월 어린이 완구에 대한 단쇄염화파라핀(STCPs) 유해물질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국가기술표준원에 요청했지만 6개월째 미회신 상태다. 중독사고를 일으킨 캡슐형 세탁세제에 대해 어린이보호포장 대상 적용 요청과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캐릭터 가면에 대한 리콜 요청 등에 대해서도 회신이 없었다.
제품사고 발생시 1차적으로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찰청ㆍ국립과학수사연구소ㆍ소방방재청 등이 조사결과를 국가기술표준원 등과 공유하도록 해 적기에 리콜이나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품사고조사 협업시스템도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3년간 협업 실적은 경찰청 1건, 국과수 2건 등 단 3건에 불과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피해 사건의 최초 사망 사례 접수가 2002년 6월 이뤄졌음에도 이후 수년간 정부가 해당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컸다.
김규환 의원은 “정부는 제품안전협업체계를 발표만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고 이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재탕 삼탕 정책 발표가 아닌, 진정한 제품 안전 협업체계 마련을 위해 협의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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