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1차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곤경에 빠트린 ‘여성비하’ 논란에 트럼프가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27일 폭스뉴스채널 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1996년 트럼프 그룹이 개최한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의 우승자인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알리샤 마차도를 “역대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라 표현했다. 또 “몸무게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녀의 자세 역시 큰 문제였다”고 노골적인 비하를 서슴지 않았다.
알리샤 마차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여성을 ‘미스 돼지’로 부르고 라틴계라는 이유로 ‘미스 가정부’라 불렀다”고 지적한 당사자다. 트럼프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가 된 마차도의 체중이 늘어나자 이듬해 1월 뉴욕의 한 체육관에서 마차도가 운동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그를 모욕했다. 마차도는 트럼프 때문에 5년간 거식증과 신경성 폭식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클린턴 캠프가 그를 마치 테레사 수녀 같은 성녀로 떠받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토론 당시에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던 트럼프가 토론에서 패배했다는 인상을 뒤집기 위해 자신의 장기인 ‘막말’로 초점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마차도는 연기자를 거쳐 현재 기업인이자 미국 사회 내 라틴계 이민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8월에는 미국 시민권을 정식으로 획득해 투표권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의 모든 힘과 지원을 내 다음 대통령인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쓰겠다. 미스 돼지, 미스 가정부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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