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시키신 분~” 배달음식의 무한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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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시키신 분~” 배달음식의 무한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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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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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겹살구이도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시대가 됐다. 이화여대 앞 ‘배달돼지’ 본점에 주문한 삼겹살구이 2인분. 명이나물과 파채무침, 김치찌개도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짜장이냐 짬뽕이냐, 치킨이냐 피자냐. 언제나 그것이 문제였다. 김밥이, 햄버거가, 김치볶음밥이‘나도 있소’ 외치며 뒤이어 배달음식 메뉴판에 등재됐지만, 자고로 배달음식이란 ‘대충 한끼 때우는 식사’란 의미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인가구 내에서 “시켜 먹자”란 말은 “늬 엄마 오늘 밥하기 싫단다”의 동의어로서, ‘엄마’로 표상되는 가사노동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여타 구성원들이 감행하는 ‘인내의 한 끼’였다. 철 모르는 어린이들은 “피자 만세”를 외치며 엄마의 요리를 곧잘 모욕하곤 했지만.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꼬들꼬들하게 바싹 구운 삼겹살이 배달되고, 노릇노릇한 생선구이가 배달되며, 아삭아삭한 숙주와 뜨거운 양지국물이 개별 포장된 쌀국수가 초인종을 누른다. 스테이크도 배달, 멕시칸 푸드도 배달, 생선회와 초밥도 배달…. 배달가능 음식의 무한한 반경 확대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집에서 시켜먹었다는 음식의 종류가 휘황찬란하게 전시되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짜장과 짬뽕, 치킨과 피자 사이에서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세상은 넓고, 배달음식은 많다.

책상에 앉아 먹기 좋은 사무실 점심 메뉴 타코와 그릴드 쉬림프 샐러드. 멕시코 음식점 훌리오에 주문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배달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이화여대 앞에 올 3월 문을 연 ‘배달돼지’는 삼겹살 구이 전문 배달식당이다. ‘여대생들이 웬 삼겹살?’ 싶지만, 반 년 만에 건국대 앞, 성신여대 앞, 신림, 노원에 5호점까지 열었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프랜차이즈 가맹비가 너무 비싸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메뉴를 공략한 신석희(28) 대표의 전략과 피자와 버거와 짜장면에 지친 젊은 여성들의 입맛이 ‘환상의 케미’를 빚어낸 결과다. 2인분 기준의 삼겹살구이와 김치찌개, 기본반찬, 음료수가 1만7,900원(오리지널 메뉴)이니, 자취방과 친구집과 캠퍼스를 가리지 않고 ‘삼겹살 시키신 분~’이 울려 퍼진다.

컵밥과 파스타와 치킨의 순환벨트에 올라탄 채 살다 보면 문득 간절히 먹고 싶어지는 이 군침 도는 메뉴는 각별한 결의가 없으면 대학생들이 직접 해먹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기름 튀지, 냄새 풍기지, 각종 채소 사야지, 찌개 끓여야지, 어지간히 번잡스러운 게 아니다. 차게 식은 삼겹살을 무슨 맛으로 먹냐며 타박할 사람들도 있겠으나, 뜨거운 김치찌개 위에 얹어 5분 내로 배달되는 삼겹살구이는 적절하게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영업비밀로 내세우는 ‘식었을 때도 육질이 딱딱해지지 않는 숙성법’과 바싹 구운 삼겹살의 쫀득한 식감이 불판에서 갓 내려온 삼겹살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학교 동아리방에서 배달 삼겹살구이를 자주 먹는다는 이대생 최모(23)씨는 “솔직히 구운 고기가 온다고 하니 식었을 것 같기도 해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고기 온도도 잘 유지돼 있고 생각보다 맛있었다”며 “밖에 나가 고기 먹기 귀찮을 때 냄새 밸 걱정도 없고 맛있게 먹기만 하면 돼서 좋다”고 말했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배달음식은 삼겹살뿐이 아니다. 베트남 음식 전문점 포몬스도 배달 쌀국수로 유명하다. 면이 퉁퉁 불어 오지는 않을까 염려되지만, 면과 국물, 숙주가 별도 포장돼 제법 먹을 만하다. 다른 야식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늦은 밤에도 먹기 부담 없다는 것도 쌀국수가 ‘신 배달의 메뉴’로 각광받는 이유다. 2012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베트남 음식 전문점 포델리의 신동훈(49) 사장은 “포장해 달라는 손님들이 많아 배달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어, 쌀국수도 배달이 되네’ 하고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다”며 “쌀국수가 해장용이라 주변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나 나가기 귀찮아하는 분들이 많이 주문한다”고 말했다.

생선구이처럼 전통적 외식메뉴는 아니지만 집에서 해먹기 번거로운 음식들도 배달메뉴로 각광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테이크도 배달이 가능하다. 서울 노원과 광진, 경기 구리시 등에서 서비스 중인 후레쉬 팩토리는 잘 구운 스테이크와 쌀국수, 볶음면 등을 집으로 가져다 준다. 생선구이도 배달 메뉴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생선은 손질하기도 힘들고, 연기와 냄새, 미세먼지 발생으로 어지간한 환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구워먹기 힘든 데다 그렇게 구워봤자 조리도구의 화력 부족으로 제대로 맛을 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지난해부터 방송 등을 통해 열풍을 불러일으킨 ‘집밥 대란’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건지 회의가 든다. 되레 집밥에 대한 열망이 배달음식을 통해 구현되는 양상이다. 집밥이란 자고로 ‘집에서 (남이 힘들게) 만들어 (나는 편하게) 먹는 밥’이었던 것일까.

스마트폰에 깔아둔 앱에다 손가락 몇 번 터치하면 어떤 맛집의 유명메뉴도 집으로 배달된다. IT 기술과 음식이 만나 일궈낸 변화, 이른바 푸드테크다. 게티이미지뱅크

푸드테크, 배달료가 문제로다

배달음식이 성장가도, 확대일로를 걷게 된 것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덕분이다. 배달식당으로 유명한 곳 중 지역기반의 전단 홍보와 입소문으로 성공한 곳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배달의 기수’로 거듭났다. 특히 지난해 본격 등장한 배달 대행 앱이 유명 식당의 음식을 사다 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음식 시장에는 핵분열에 버금가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로 대표되는 1세대 푸드테크가 배달음식점들의 정보를 집적한 주문 플래폼이었다면, 푸드플라이, 배민라이더스 등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배달대행 서비스는 배달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유명식당들의 음식을 대신 구매해 전달해주며 집에서 시켜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거의 무한대로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 단계라 아직 지역과 메뉴에 상당한 한계가 있지만, 배달음식의 지평은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관건은 배달료다. 배달원들을 고용해 서비스를 대행하는 만큼 건당 최대 5,500원까지 거리별 배달료가 음식값에 붙는데, 대체로 한 끼 식사값이 1만원 미만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수료다. 배달대행 앱 푸드플라이를 통해 멕시코 음식 전문점 훌리오에 타코 두 개와 그릴드 쉬림프 샐러드를 주문하니, 음식값 2만4,000원에 종로에서 서울역까지 배달 수수료로 4,500원이 붙었다. 파란색 푸드플라이 티셔츠를 입은 배달원이 약 20분 후 음식을 들고 도착. 그는 “배달 수수료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처 맛집까지 가는 택시비 정도라고 생각하면 큰 부담이 아니어서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배달음식 주문앱 요기요가 지난해 1년간 앱을 통한 음식 주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주문 금액은 2인 식사 규모인 1만5,000~2만원이 38%로 가장 많았고, 아마도 혼밥일 5,000~1만5,000원 주문이 26%로 2위를 차지했다. 2만~2만5,000원 구간과 2만5,000원 이상 구간은 각각 18%로 공동 3위였다. 배달대행 수수료가 적잖이 부담스러운 구간에서 가장 많은 음식 배달 주문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요일별로는 일요일(20%)에 배달음식 주문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토요일(18%), 금요일(14%) 순이었다. 그 외 평일은 12%로 동일한 비중을 보였다. 가장 인기 있는 배달음식은 25%를 차지한 치킨이 부동의 1위였으며, 한식이 21%, 중식이 17%로 뒤를 이었다. 한식이 배달음식의 대명사인 중식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데서 보듯 배달음식은 이제 집밥을 대신하는 별식이 아닌, 늘 먹는 별식에 밀려 그리운 집밥으로 그 위상이 변모하고 있다.

배달대행 서비스의 등장으로 배달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맛집의 음식까지 시켜먹을 수 있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배달이 도달할 수 없는 곳, 미식

다채로운 이유로 사람들은 음식을 배달시킨다. 직장인들은 우루루 몰려다니며 조직의 화합을 위해 내키지 않는 음식을 먹는 데 지쳤고, 똑같은 시각 오피스 빌딩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에 묻혀 자리 경쟁을 하고 싶지도 않다. 아까운 점심시간을 맛집 탐방에 다 써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가정주부들에게는 너무 잦은 요리노동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배달음식이 필요하다. 돌아서면 들이닥치는 삼시세끼가 벅차 저렴한 배달음식으로 숨 고를 틈이 필요하다. 혼밥족은 또 어떤가. 요리효율은 통상 4인분을 기준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배달음식이 가장 간절한 사람들이 1인가구다. 서울은 이미 1인가구가 전체 가구 중 2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홀로 도시’. 하지만 한 그릇의 배달음식을 주문하기란 보통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일정 금액 이상 주문시에만 배달이 가능한 데다, 배달대행 서비스의 수수료를 지불하기에 1인분 주문은 ‘배보다 배꼽’이다. 요기요가 7월부터 ‘1인분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놀이와 휴식과 일과 친교가 모두 이뤄지는 집약적 공간으로서의 집. 인간의 모든 활동이 집으로 수렴되는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며 배달음식은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집 바깥으로는 나가고 싶지 않지만, 맛있는 것은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를 배달해준다 해도 배달음식에는 분명한 맛과 가격의 상한선이 존재한다. 아무리 맛있고 편리하다 해도 호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미식을 즐긴다는 말에는 주문과 동시에 양질의 식재료로 만드는 요리뿐 아니라 고도로 훈련된 식당 종업원들의 정제된 서비스, 즉 휴먼터치를 종합적으로 향유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며 “샌드위치나 도시락 같은 음식은 테이크아웃이 되지만, 호텔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음식을 배달과 접목시킨다는 건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먹는다는 인간의 활동은 이제 삶의 특별한 이벤트로 미식을 즐기는 것과 나날의 일용할 양식을 간편하게 취득하는 것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먹을 땐 확실하게 먹는다. 하지만 평상시엔 간단하고 편리하게 먹는다. 그러니까, 비 오는 날 점심은 배달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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