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뭉치고…
새파란 하늘에 온갖 그림 그려내
가을 하늘에 구름이 몽글몽글 피었다. 손으로 뜯어내고 이어 붙여 만든 하얀 솜 인형이 이 하늘 저 산 위를 둥둥 떠다닌다. “멍멍이랑 꼭 닮았죠?” “아기 곰이 막 날아다녀요” 어린 아이의 속삭임처럼 귓가에 부는 바람소리마저 천진하다.
토끼구름 나비구름…. 오래 전 실종된 동심을 소환하고 싶은 가을 하늘 구름이다. 전쟁 같은 점심을 후딱 먹어 치우고 산책을 나섰다. 높이 솟은 빌딩 사이에서 하얀 병아리가 파닥파닥 하늘로 난다. 지루한 가로수의 행렬 위에선 아기 곰이 재롱을 떨고 멀리 남산을 기어오른 거대 악어는 어느새 산 너머 도심을 위협하고 있다. 한껏 웅장했던 몸집이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다시 뭉쳐 피어오르는 구름의 변신이 드라마틱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을 구름은 지긋지긋한 한여름 폭염을 보상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대기 중에서 응결된 물방울과 얼음 덩어리는 단순히 떠있지 않고 생성과 소멸을 끝임없이 반복하며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낸다. 구름의 생성이 과학이라면 변화무쌍한 모양새와 그에 대한 특별한 의미부여는 상상력의 영역이다. 양털 새털 솜사탕을 가지런히 늘어놓은 듯한 가을 구름의 향연에서 왠지 초자연적 의도마저 느껴진다. 구름의 생김새와 등장 시기를 따져 재앙 또는 행운의 징조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이왕 상상의 고삐가 풀린 마당에 하늘을 살짝 뒤집어 보았다. 구름이 징검다리처럼 박힌 하늘은 그 자체로 망망대해다.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내려본다면 이런 모습일까, 붉게 물든 구름과 하늘 위로 발을 내딛는다. 이 가을 상상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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