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 총파업에 이어 27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8개 사업장이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도 가세했다. 철도와 지하철 노조가 공동파업에 돌입하기는 22년 만이다. 다행히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으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교통ㆍ물류 대란 등 국민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꺼리는 양대 노총의 입장은 일견 이해가 간다.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사업주가 근로자를 손쉽게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단기 실적주의가 만연해 금융ㆍ공공부문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성과에만 목 매는 한국 사회의 지나친 경쟁 문화가 온갖 탈법과 부패의 온상이 돼 왔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저출산 재앙도 언제 경쟁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초래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청년 실업자들과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중소기업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금수저 노동계급’ ‘귀족노조의 기득권 파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좋은 근무조건을 지닌 공공부문 근로자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건 무사안일에 빠진 저성과자들의 고액 연봉을 지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총파업에 가담한 양대 노총 소속 5개 연맹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처우와 안정성 면에서 국내 최고의 직장에 다니고 있다.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 지진, 정국경색 등으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방불하는 엄중한 시기다. 여기에 연쇄 파업까지 더해져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정부와 양대 노총은 성과연봉제 일방 도입과 총파업을 모두 거둬들이고 대화를 통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는 게 옳다. 평생직장 개념이 뿌리깊었던 일본은 서구식 성과주의를 도입한 이후 개인주의 문화에 따른 협력 부재로 오히려 조직의 성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후 성과주의와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를 결합한 일본식 성과주의를 확산시켜나가는 단계다. 우리도 정부와 노조, 전문가그룹이 모여 합리적인 임금체계 도입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성과연봉제가 최고선인양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