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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고상돈 기념관은 언제쯤?

입력
2016.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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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은 산악인의 날이다. 1977년 그날 한국 산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고상돈의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산악연맹이 지정했다. 이날 고상돈은 당당하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후 “여기는 정상,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라는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로써 고상돈은 전 세계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56번째 등정자, 한국은 8번째 국가가 된다.

1977년 9월 15일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고상돈.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7년 9월 15일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고상돈.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상돈기념사업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1997년 9월 24일자 한국일보 지면.
고상돈기념사업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1997년 9월 24일자 한국일보 지면.

당시 고상돈은 한국 최고의 영웅이었다.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태극기와 에베레스트가 그려진 기념우표,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태극기를 들고 서있는 사진이 실린 주택복권이 발행됐고, 교과서에 소개됐을 뿐만 아니라 기념담배까지 출시됐다.

하지만 지구의 꼭대기에 오른 고상돈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년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데, 바로 북미 최고봉 매킨리다. 1979년 5월 29일 박훈규 부대장, 이일교 대원과 함께 마지막 캠프에 도착한 고상돈은 정상이 눈앞 가까이에 펼쳐지자 1박을 생략한 채 바로 정상공격에 나선다. 오후 7시 15분 고상돈 대장은 “여기는 정상이다. 바람이 너무 세고 추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하산하겠다. 지원해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라고 정상정복의 쾌거를 알렸다. 그러나 그 말은 유언이 되고 그는 하산 도중 추락해 우리 곁을 떠났다.

현재 고상돈의 묘는 한라산 1100고지에 위치해 있는데 묘역 주변에는 이은상선생이 쓴 비문과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48년 제주시 칠성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한라산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고상돈은 끝내 한라산 자락에 잠든 것이다.

그의 업적을 기념해 2010년 1100도로의 일부 구간인 제주시 어승생삼거리에서 서귀포시 옛 탐라대 입구까지를 ‘고상돈로’로 지정했고, 고상돈기념사업회에서는 매년 11월 이곳에서 ‘고상돈로 전국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때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산악인 고상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고상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고상돈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일본의 우에무라 나오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후 매킨리에서 실종된 경력은 고상돈과 유사하지만, 그의 고향인 효고현과 훗날 활동했던 도쿄도 이타바시구에도 우에무라 나오미 모험관이 있어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다.

1988년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19년 동안 히말라야 8,000m급 16개 봉우리를 등정한 엄홍길의 경우에도 고향인 경남 고성군과 3세 때부터 생활한 의정부시에도 기념관이 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후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박영석의 경우에도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기념관을 건립 중이다. 정부와 마포구에서 각 50억과 10억 원을 댔고, 국민성금 20억 원을 포함해 80억 원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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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기념관이 없어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보관중인 고상돈 유품과 관련 기념물. ⓒ강정효
전용 기념관이 없어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보관중인 고상돈 유품과 관련 기념물. ⓒ강정효
2005년 한라산 1100고지 고인의 묘역에서 열린 고상돈 동상 제막식. ⓒ강정효
2005년 한라산 1100고지 고인의 묘역에서 열린 고상돈 동상 제막식. ⓒ강정효

이들과 비교할 때 아직껏 고상돈을 기리는 기념관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고상돈의 유품 674점은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유품에는 생전에 사용하던 등산장비를 비롯해 등정사진, 에베레스트 정상의 암석, 77에베레스트 등정 사진집을 포함해 도서, 상패, 훈장증서 등 그의 인생 전반이 담겨 있다. 많은 기념관들이 시설에 비해 내용물이 빈약한 것과는 달리 고상돈의 자료는 완벽하게 보관되고 있다. 하루빨리 고상돈을 기리는 전용 전시공간을 마련해 그의 도전정신을 후대에 알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어린 시절 한라산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는 고상돈의 이야기도 포함해서.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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