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가가 만든 설계도면을 활용해 일부만 바꿔 조형물을 만든 전직 대학교수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도면 형태도 원래 창작자의 미술 저작물로 봐야 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성기 부장판사)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직 대학교수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5월 모 대학 교수로 재직할 때 2,400여만원을 받고 조각가 B씨가 창작한 도면을 토대로 밑받침만 바꿔 충남 아산의 모 아파트 단지 내에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A씨에게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법적 책임을 물었다.
재판정에 서게 된 A씨는 “저작권법 관련 규정상 건축물이 아닌 경우 설계도면에 따라 입체 모형을 만들더라도 저작권법 상 ‘복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B씨의 건축물이 아닌 도안으로 작품을 만든 만큼 ‘복제’가 아니라고 맞선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도면 형태로만 존재하더라도 피해자의 창작적 개성이 충분히 표현돼 있어 미술 저작물에 해당된다며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설령 해당 설계도안에 따라 형상화된 조형물이 사건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당 도안으로 조형물을 제작한 행위는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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