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증권사, 시장 싹쓸이 우려
자기자본 1조원 안팎 증권사들
차별화된 수익원 발굴에 집중
KTB투자증권, 대체투자로 전환
1000억대 항공기 투자 성과 등
IB 영역 밖에서 특화 경쟁 치열
중형 증권사인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에 성공하면서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교보증권에서 KT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최석종 사장이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문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밝힌 지 한 달 만이다. 대체투자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항공기,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업계가 이번 계약을 높이 평가한 건 국내 금융회사가 중국 항공기 시장을 처음으로 뚫어 중국 리스사로부터 항공기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항공기를 임대해서 생기는 임대료, 6년 뒤 되팔 때 생기는 차익 등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첫 술에 배 부를 순 없겠지만 앞으로도 항공기, 선박, 부동산 등 대체투자 영역에서 수익성을 발굴할 수 있는 거래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1조원 안팎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틈새시장을 찾아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수ㆍ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미래에셋+대우’ ‘KB투자+현대증권’ ‘NH투자+우리투자증권’ 등의 ‘공룡 증권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자칫 넋을 놓고 있다가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선 덩치는 물론 사업 구조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통합 증권사들이 주요 시장을 싹쓸이할 거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차별화된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수ㆍ합병이나 증자가 쉽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특화사업 발굴에 나서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경영전략을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문금융사로 수정하면서 최근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대표이사 사장에 대체투자에 뼈가 굵은 최석종 전 교보증권 IB본부장을 영입하고, 대체투자 전담 부서인 투자금융본부도 세웠다. 이번 항공기 투자도 이들 부서가 만든 첫 성과물이다.
HMC투자증권은 민간투자 SOC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민간투자로 이뤄지는 도로 등 SOC 개발 사업 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식이다. HMC투자증권은 최근 제2 서해안고속도로 민간투자의 ABS 발행 주관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등 그간 10여 차례에 걸쳐 관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대신증권은 대형사에 견줘 자기자본이 낮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자회사인 대신F&I와 대신저축은행과의 협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신F&I와 협업을 통해 6,000억원대 한남동 부지 매입에 성공하며 부동산 사업 다각화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전문성을 살려 사업 특화에 나선 곳들도 눈에 띈다. IBK기업은행 계열인 IBK투자증권은 타깃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잡았다. 실제 IBK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문을 연 코넥스(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시장에 초기부터 뛰어들어 현재 누적 상장 건수(28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 모집을 중개하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에도 뛰어들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사상 처음으로 수익을 내기도 했다.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범중화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조달하고, 현지 투자자와 연결해주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주목하는 증권사도 있다. 교보증권은 올 상반기 부동산 PF쪽에서 수익을 올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47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특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전통적인 IB나 자산관리 영역은 대형 증권사 주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은 핀테크, 대체투자 분야 등 대형사들이 눈독 들이지 않는 분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