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12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차질로 인한 수출 감소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 감소 규모가 1조4,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불황과 파업으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하루 동안 전면 파업을 벌여 울산과 전주,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모두 중지했다. 노조의 전면 파업은 2004년 이후 12년 만이다. 노조는 27~30일에도 매일 6시간씩 파업하겠다고 예고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4일 협상에서 임금 월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와 330만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20만원)과 주식(10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당시 회사 측은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시행 계획을 철회하며 전향적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임금 인상분이 예년에 비해 낮다는 노조원들의 불만 때문에 잠정합의안은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78.05%의 반대로 부결됐다. 추석 연휴 뒤인 지난 23일 26차 교섭에서 사측이 추가 임금 인상안을 비롯한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노조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의 평균 임금은 지난해 기준 9,600만원 안팎이다.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현대차는 대규모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번 파업으로 7,200여대의 자동차 생산 및 1,600억원의 매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19차례 부분 파업까지 합한 올해 총 20차례의 파업으로 인한 총 피해는 11만4,000대의 생산 및 2조5,000억원의 매출 차질로 집계되고 있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도 현대차 전면 파업과 관련된 입장 자료를 통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 계획으로 자동차 9만8,000대의 생산 및 13억 달러(1조4,400억원)의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번 현대차의 전면 파업은 역대 최악의 생산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둔화와 북한 핵 실험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 장관은 조속한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하루빨리 마무리 지을 것을 당부했다.
업계에선 자동차 시장의 불황과 잇따른 파업으로 경쟁력이 약화하며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지위도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미 1~7월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총 255만1,937대로, 인도(257만5,311대)보다 2만3,374대 적었다. 해외공장 생산량을 제외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인도에 따라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2005년 이래 자동차 생산량에서 세계 5위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편 이날 오후 사측이 노측에 교섭과 관련한 공문을 보냄에 따라 노사는 27일 오후 2시임금 인상안을 놓고 다시 본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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