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준 고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회장)
박모(36)씨는 몇 년 전부터 두피와 팔꿈치에 하얀 각질로 덮인 붉은 반점이 나타났다. 단순 피부 질환이라고 생각한 박씨는 병원을 찾지 않고 식이관리 등 민간요법에 의지하며 몇 년을 버텼다. 그러다 병변이 팔꿈치뿐만 아니라 온 몸 피부의 10%가 넘는 부위에 퍼질 정도로 악화되자 결국 피부과를 찾았다.
지난해 병원을 찾은 건선 환자는 16만 명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국내 건선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중 병원을 찾아 치료 받고 있는 환자 비율은 더 낮을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건선 환자가 병원을 찾아 치료 받지 않는 이유는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다. 건선을 단순한 만성 피부질환으로 오해하거나, 호전과 악화를 오랫동안 반복하는 건선 질환에 지치거나, 기존 치료에 대한 불신으로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선은 그저 오래 가기만 하는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니라 면역 매개성 피부질환으로, 방치하면 과도한 염증 반응이 피부 병변뿐만 아니라 건선성 관절염 등 동반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피부에 증상이 생기다 보니 환자는 외모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함께 주위 시선과 편견에 시달리기 쉬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많은 환자가 사회 생활과 야외활동이 활발한 30대 이전 젊은 나이에 건선이 처음 발병해 사회생활이 끊어질 수 있어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크게 피부 병변에 약제를 바르는 국소치료, 광(光)치료, 전신치료로 나뉜다. 치료법은 건선 정도와 활성도, 병변 형태, 발생 부위, 환자 나이 등을 고려해 정한다. 비교적 가벼운 건선이면 주로 바르는 약을 쓴다. 증상이 심해져 중등도 이상이면 자외선 광선을 쬐는 광선 치료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약제를 사용하는 전신치료를 받는다.
최근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가 잇달아 나와 중등도 이상 건선 환자에서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기존 치료법으로 호전되기 어렵거나 부작용으로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받을 수 없는 경우,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특정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기존 전신치료제 부작용을 피하면서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알려진 인체 내 특정 단백질로는 인터루킨-17A를 비롯해 종양괴사인자(TNF)-α, 인터루킨-23 등이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인터루킨-17A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가 우수해 기대가 크다.
‘가까운 길 마다하고 먼 길로 간다’는 옛말이 있다. 건선 치료를 위한 빠르고 올바른 길은 전문적인 치료다. 증상을 방치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민간요법으로 건선을 악화시키거나 건선성 관절염 등 합병증 발생의 위험을 높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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