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싱크로율 99%, 부드러운 미소와 유연한 태도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2014년 작고)의 장남인 오페라 연출가 다니엘레 아바도(58) 얘기다. 1988년 데뷔해 세계 주요 극장에서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 중인 그가 10월 13~16일 국립오페라단의 ‘토스카’ 연출을 맡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니엘레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오페라는 이탈리아인에게 에스프레소처럼 본능적인 문화”라고 말했다. “일단 이탈리아 언어가 노래하기 편한 말이죠. 로시니부터 베르디와 푸치니를 거치며 황금기를 가졌고, 그 사이 각 지방에 극장이 지어지면서 대중성도 확보했고요. 자연스럽게 오페라 문화가 꽃피운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탈리아인에게 오페라가 ‘국민 문화’로 자연스럽게 체득됐듯 다니엘레에게는 클래식음악이 그랬다. 걸출한 아버지를 비롯해 할아버지 미켈란젤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삼촌 마르첼로는 베르디 음악원장, 친척인 로베르토도 지휘자인 명문음악가에서 태어나 음악을 “숙명”으로 알고 자랐다. “어렸을 때 주일마다 모여 음악공부를 했고, 음악 얘기가 끊이질 않았어요. 저는 첼로를 공부했죠. 한데 어느 순간 제 운명을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결정돼있는 거 같더라고요. 음악가의 길. 그래서 거부했죠(웃음). 오랜 시간 극장과 철학을 공부했어요. 어쨌든 그 환경이 ‘돌고 돌아서’ 엄청난 도움이 됐지만요.”
오이디푸스 이래 ‘아버지 살해’가 모든 남자들의 숙명이 된 바, 다니엘레는 음악과 완전히 단절하는 것도 음악가가 되어 아버지를 넘어서는 실력을 키우는 것도 아닌 제3의 방안을 택한 셈이다. ‘왜 음악에 반쯤 걸친 직업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대는 잘만 구현된다면 인간의 정신세계를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 다니엘레도 데뷔 후 꼭 한번, 아버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는 오페라를 함께 작업한 적 있다. 2005년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던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극장에서 제작한 ‘마술피리’였다. “아버지와 같이 한 작업은 두 개예요. 데뷔했던 1988년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의 영화 ‘알렉산더 네프스키’ 내레이션ㆍ음악 작업을 같이 했는데 그때는 아버지 눈도 못 쳐다봤죠. 저 멀리서 아버지가 보이면 도망가기 바빴어요(웃음). 오페라는 아버지가 일흔이 넘었을 때 같이 작업했는데 ‘지금쯤이면 같이해도 좋다’ 하셨죠.”
“아들과의 작업에서도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더냐”고 묻자 크게 웃더니 “아버지와 친구 같은 관계여서 작업을 하며 ‘형제애’를 느꼈다”고 답했다. “연출가로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평해보라고요? 제가 감히? 물론 훌륭한 지휘자가 많지만 당연히 그 중에서도 최고죠. 여러 면에서 개방적이지만 음악의 본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하셨어요. 저 역시 무대 위 연기를 어떻게 관객에게 ‘그럴만한 것’이라고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토스카’도 이런 맥락에서 선보일 겁니다.” (02)580-3584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