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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 흑인박물관

입력
2016.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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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이 24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서 문을 열었다. 1961년 일리노이주 시카고 흑인역사박물관 개관 이래 주 단위에서 흑인 역사와 문화를 담은 박물관들이 더러 생겼지만, 국립 박물관은 처음이다. 100여년 전 건립 얘기가 나왔지만, 2003년에야 법안이 발의되고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서명해 빛을 보게 됐다. 스미소니언 협회가 주도한 건립자금 모금엔 5억4,000만 달러가 걷혔다고 한다.

▦ 미국에서는 1960년대까지 객차에 흑인 칸 백인 칸이 따로 있었고, 버스도 흑인은 흑인석에만 앉아야 할 정도로 흑백 차별이 심했다. 상점 식당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북한 등을 향해 인권을 소리높이 외치지만 불과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인권 후진국이었던 미국이다. 흑인역사문화박물관에는 1619년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 20여명의 흑인노예들이 도착한 이래 흑인들이 겪었던 수난, 그리고 자유를 향한 투쟁과 미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의 역사가 함께 전시됐다.

▦ 개관 기념식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등 2만여명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념연설에서 “이곳의 얘기는 단지 흑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 속하는 것”이라며 흑백을 하나로 묶는 ‘우리’를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결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 잡는다”고 강조했다. 흑인 범죄용의자에 대한 백인 경찰관들의 잇단 총격사살로 흑백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ㆍ현직 대통령이 한 목소리로 ‘우리’와 ‘통합’을 강조한 게 인상적이다.

▦ 기념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셀 여사가 부시 전 대통령을 포옹하는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전파돼 큰 반향을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부부와 한 흑인가족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주기도 했다.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국민통합을 위해서 친밀하게 힘을 모으는 모습이 매우 부럽다.‘백퍼센트 대한민국’을 공약하고도 통합은커녕 툭하면 편가르기에 나서는 대통령이나 진영ㆍ지역ㆍ계층 간 분노와 증오 부추기기에 골몰하는 우리 정치권에는 도무지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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