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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출연이라면서…기업들 심의도 않고 계열사 ‘쪼개기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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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출연이라면서…기업들 심의도 않고 계열사 ‘쪼개기 모금’

입력
2016.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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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전심의 규정 안 지키고

삼성물산은 이사회 없이 결정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국감 출석 “개별 기업 사안” 기금 답변 회피

미르재단, K-밀 등 국책사업, 정부보다 앞서 기획한 의혹도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 원대 기부금을 몰아준 대기업들이 기금출연 때 내부 심의 규정도 어긴 채 계열사들로부터 쪼개기 모금을 하는 등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 모은 사실이 드러났다.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업들이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출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과 동 떨어진 모습이다. 미르재단은 정부가 공식 착수하지 않은 국책 사업을 먼저 기획하고 움직였다는 의혹도 야당에서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기부한 포스코는 10억원 이상 기부할 경우 재정 및 운영위원회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한 내부 규정을 어기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출연을 전격 결정했다.

포스코는 같은 해 5월 국민생활체육회에 기금 10억원을 출연하면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전 심의를 거쳤다. 문화 체육 사업을 위한 기금 출연이라는 동일한 목적의 모금 행위였지만, 미르재단의 경우에는 합법적인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이사회 의결조차 거치지 않고 ‘깜깜이’로 기금을 출연한 사례도 있었다. 미르재단에 15억원을 출연한 삼성물산의 경우 타 법인에 출자할 때 이사회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르재단 출연 과정에선 이사회가 전혀 열리지 않았다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11억 원을 출연한 KT는 이사회는 열었으나 미르재단 기금이란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계열사들로부터 ‘쪼개기’형식으로 출연금을 걷은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미르재단에 26억원을 출연한 GS는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등 8개 계열사에서 1억원에서 최대 6억3,000만원씩 걷어 액수를 맞췄다.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약정한 현대자동차도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30억원을 충당한 LG그룹은 8개 계열사에서 갹출해 모았다.

노 의원은 “정권이나 권력실세가 개입하지 않고서야 순수하게 전경련이 기획한 사업에 기업들이 이렇게 무리할 이유가 있었겠냐”며 정권 차원의 외압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나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대기업 출연금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개별 기업 사안이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두 재단의 설립 과정에 청와대 및 정권 실세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각종 회의에서 가끔 만나지만, 최순실씨와는 만난 적도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민간인들로 구성된 미르재단이 정부가 추진하기도 전에 국책사업을 먼저 기획하고 정부는 꼭두각시처럼 뒤따라 움직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민주 의원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개발협력 사업인 ‘코리아에이드(차량을 활용해 음식, 의료, 문화 서비스를 제공)’ 프로젝트의 일환인 ‘케이밀(K-Meal)’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미르재단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미르재단이 설립 직후인 2015년 10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소속 박모 교수 등에게 개도국에 맞는 쌀 가공식품 전략과 시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뒤늦은 2016년 초 이화여대팀과 케이밀 관련 시제품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김인식 이사장은 “농식품부 소관사항이다”고 답변을 피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여러 나라에서 원하는 사업이다”고만 설명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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