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무장은 국가노선”이라며 “핵의 질적ㆍ양적 강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5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강한 제재 움직임에도 아랑곳 없이 핵능력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면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다.
북한의 협박과 자기망상적 발언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대북제재를 논의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 “정의와 국제법을 떠나 미국의 강권을 유엔의 보자기로 감싸는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뒤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 결의 2270호에 대해서도 “핵과 탄도로켓 활동이 위협이 된다는 법률적 근거는 유엔헌장에도, 국제법에도 명시된 게 없다”고 강변했다. 전세계의 핵 비확산 노력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치더라도 세계 평화와 안전의 최후 보루인 안보리의 권위와 정당성마저 부인하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북한을 포함한 200여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유엔 무대에서 유엔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은 자기모순일 뿐더러 자신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적으로 상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말로 앞발로 수레바퀴를 멈추게 하려는 사마귀를 자처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거들먹거리기만 하고 실지에 있어서는 초보적인 공정성도, 사리를 판별하는 이성적 사고력도 없다”면서 “오직 미국과 괴뢰패당의 비위나 맞추며 맹종선동하는 서푼짜리 정치 사환꾼”이라고 한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는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preemptive military action)을 암시하는 발언이 백악관 대변인의 입에서 나오고, 북한의 민수용 광물 수출까지 봉쇄하기 위해 중국기업을 겨냥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발동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특히 선제공격론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지난 1994년 1차 핵위기 때 미국이 예방차원에서 영변 핵시설을 정밀폭격하려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 공멸을 부를 수 있는 한반도의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북한이 정말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면 부질없는 자기파괴적 행동부터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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