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우디 여성 인권, 한 단계 점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우디 여성 인권, 한 단계 점프?

입력
2016.09.26 17:53
0 0

‘남성보호자제도’ 폐지 탄원 봇물

25일 한 사우디 한 여성이 "사우디 여성의 노예화를 멈춰달라"는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하며 여권 신장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25일 한 사우디 한 여성이 "사우디 여성의 노예화를 멈춰달라"는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하며 여권 신장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여성 인권의 불모지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표적 성차별 제도인 ‘남성보호자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계의 입김으로 유지되고 있는 전근대적 제도가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에서 사라질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25일(현지시간) ‘성차별 제도를 혁파해 달라’는 청원이 담긴 수백통의 전보를 받았다. 청원 운동에 참가한 라미야(37)는 “대학을 졸업한 뒤 간호사로 일하며 백수 남편과 가족을 수년 동안이나 돌봤지만 남편이 해외 여행조차 허락해 주지 않았다”며 “직장에서는 존중 받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사우디의 열악한 여성 인권 현실을 토로했다. 청원 운동을 기획한 여권운동가 아지자 알 유세프는 1만4,70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조만간 관계 당국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탄원의 대부분은 남성보호자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사우디 여성은 전근대적 제도에 따라 결혼이나 취업 같은 중요한 결정은 물론 음식점 출입, 해외여행 등 일상적 사회생활에서도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남성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45세 이상 여성에 대해 보호자의 서면 동의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규제를 소폭 완화했지만, 여전히 공항 관계자들은 관습적으로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청원 운동은 사회적 변화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사우디 최고 종교기구인 고위성직자위원회의 셰이크 압둘라 알마네아 위원은 최근 “이슬람은 결혼할 때를 제외하면 여성이 남성 후견인을 두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남성보호제도 폐지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사우디 정부도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남성보호제도를 폐지하는 등 여성 인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사우디가 겪고 있는 경제난이 사회 개혁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유가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사우디 정부는 최근 중장기 경제성장계획인 ‘비전 2030’ 경제정책을 발표해 보다 많은 여성에게 취업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성 인권운동가 사헤르 나시에프는 “사회의 절반인 여성이 마비상태인데 어떻게 정부 계획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남성보호자제도 폐지 운동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는 종교계의 입김이다. 사우디 최고 종교지도자인 압둘 아지즈 알 셰이크는 최근 남성보호자제도 폐지 운동에 대해 “이슬람교에 반하는 범죄이자 사우디 존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맹비난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