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이고 음란한 노랫말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만든 노래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요.”
‘칠갑산’ ‘빈잔’ ‘옥경이’ 등 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사ㆍ작곡가 조운파(73)씨는 유독 책임감을 강조했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호텔에서 열린 ‘조운파 가요작가 40년 결산 콘서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그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시인이 시를 쓰듯 대중가요 종사자들도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노랫말 하나에도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1976년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로 데뷔한 조씨는 40년 동안 800여 곡의 가요를 탄생시킨 가요계 산 증인이다. 많은 유명 가수들의 대표곡에 ‘조운파 작사ㆍ작곡’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이날 조씨와 함께 자리를 빛낸 가수 남진(70)은 자신의 히트곡 ‘빈잔’을 가리켜 “한 번도 방송활동을 하지 않고 묻혀 있다가 10년 뒤에서야 비로소 빛을 본 노래”라며 “30대에 부른 노래인데 70대가 된 나의 대표곡이 됐다”며 조씨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1983년 조운파가 작사ㆍ작곡한 ‘날개’로 KBS2 음악프로그램 ‘가요 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해 골든컵을 수상한 뒤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목사가 된 허영란도 이날 무려 3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날개’가 없었다면 가요계에 허영란이란 존재감도 없었을 것”이라며 “무대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날개’란 곡이 내 인생의 길을 감지해 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씨는 자신에게 곡을 받기 힘들다는 소문에 대해 “ ‘칠갑산’을 부른 주병선이나 ‘옥경이’의 태진아도 유명해서가 아니라 가요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에 곡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 있고 실력만 있다면 무명이라도 곡을 줘서 가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작사ㆍ작곡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조씨는 내달 1일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40년 결산 콘서트에서 자신의 곡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대중매체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조씨는 “내 노래를 열심히 불러준 가수들과 직접 만나 노래 속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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