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기업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파산ㆍ한계기업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고성장기업이나 제조업 가동률, 국가산업단지 실적 지표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법원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법인 수는 401개다. 이는 4년 전인 2012년 같은 기간의 214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파산신청 기업 수는 2012년 한해 396개에서 2013년 461개, 2014년 539개, 2015년 587개로 매년 늘어왔다. 현 추세라면 올해는 600개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연속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 중 차지하는 비중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14.3%(3,239개)였던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14.7%(3,278개)로 0.4%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14년 14.4%에서 2015년 15.0%로 0.6% 포인트 늘어났다. 중환자에 비유될 수 있는 한계기업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 사이에 더 빠르게 확산한 셈이다.
기존 기업의 성장성도 하향 곡선을 그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는 신생 회사가 아니면서 상용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기업 중 최근 3년간 매출액 또는 상용근로자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을 고성장기업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고성장기업 수는 2010년 2만3,400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2만637개, 2012년 2만212개, 2013년 1만7,439개, 2014년 1만6,410개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10년 이후 4년 사이에 30%나 감소한 것이다.
지역 경제의 근간인 산업단지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입주 업체 수는 2011년 말 기준 4만5,065개에서 2015년 말 기준 5만464개로 늘어났지만, 수출 실적은 같은 기간 203억3,600만달러에서 148억300만달러로 4분의 1가량 감소했다.
경제계는 기업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완화를 통해 산악비즈니스, 자동차 튜닝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을 육성하고 시니어, 해양레저 등 공급이 부족한 산업을 키우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경제계 시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부원장은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우리의 기존 주력산업 경쟁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사업재편과 인수합병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입법 등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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