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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ㆍM&A… 대형 증권사 ‘몸집 불리기 전쟁’

입력
2016.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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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대형 IB 육성안 맞춰 총력

중대형 매물 사라져 M&A 정체

미래에셋 “증자 등으로 8조원대 도약”

NHㆍ삼성ㆍ한국투자證도 증자 모색

전문가 “해외 IB M&Aㆍ제휴 필요”

올해 KDB대우증권 인수ㆍ합병(M&A)으로 연말이면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국내 독보적인 1위 증권사(미래에셋대우)로 재탄생하는 미래에셋증권 임원 A씨는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신생사’ 미래에셋증권 직원은 당시 대우ㆍ한국투자ㆍ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주류 증권사간 친목 모임에 끼지도 못할 만큼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이라는 인기 브랜드를 앞세운 적극 마케팅과 공격적인 해외영업으로 2006년 상장 이후 꾸준히 자본을 늘린 끝에, 이제는 모두가 선망하는 1위 증권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A씨는 “증권업에서 성공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특히 중요하다”며 “조만간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진 중”이라고 말했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로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주요 시책으로 추진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대대적인 ‘새 판 짜기’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IB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에도 불구, 오랜 기간 고객의 주식투자 중개 수수료라는 ‘초보적인’ 먹거리로 연명해 온 국내 증권사들은 이제 ‘대형화’(대형사들)와 ‘특화’(중소형사)라는 각자의 살 길을 적극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 대형사들은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발맞춰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뛰어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KDB대우, 현대증권 같은 대형 매물의 주인이 잇따라 바뀌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순위는 크게 요동쳤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증권업계 4, 5위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올 연말이면 자기자본 7조원을 넘보는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되고, 자기자본 1조원에도 못 미치던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올 6월말 기준 3조3,101억원)을 품에 안으며 일약 자기자본 4조원에 육박하는 업계 3위에 등극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 M&A는 뜨거웠던 인수 경쟁은 물론, 매매계약 가격도 업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고가(KDB대우 약 2조3,000억원, 현대 약 1조2,000억원)여서 대형사들의 몸집 키우기 열망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정부의 대형화 유도 정책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초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별로 허용 업무를 차별화하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가령 자기자본 4조원은 넘어야 어음발행과 외국환 업무가 가능해지고, 8조원 이상이면 부동산 담보신탁과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당시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점진적으로 10조원 이상 IB 출현을 유도하겠다”고까지 의지를 불태웠다.

증권사들은 대형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통합 법인 출범 후 단시일 내에 증자 등으로 8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대형사들의 1차적인 몸집 불리기 수단은 M&A와 유상증자다. 특히 M&A는 단기간에 자산ㆍ자본 규모를 키우고 전문인력 및 고객ㆍ영업 네트워크까지 확보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하지만 KDB대우ㆍ현대증권 이후 이렇다 할 중대형 매물이 사라져 당분간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소형사로 분류되는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와 있음에도 최근엔 매각 무산설까지 나돌 정도로 반응이 시원치 않다.

때문에 NH투자증권(6월말 기준 4조5,543억원ㆍ2위), 삼성증권(3조4,486억원ㆍ4위), 한국투자증권(3조2,209억원ㆍ5위) 등을 비롯한 업계 10위권 내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증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여전히 글로벌 IB에 견줘 턱없이 왜소한 덩치와 인력ㆍ노하우 등은 향후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원화 기준 자기자본 약 91조원), 모건스탠리(79조원), 일본의 노무라(26조원), 중국의 중신증권(18조원) 등은 막강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와 M&A 등을 여전히 주도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초대형 IB 출현을 위해서는 최신 정보를 아우른 전문인력과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IB업무 노하우 전수를 위한 해외 유수 IB의 인수 또는 이들과의 실질적인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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