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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경쟁력이 우리의 경쟁력” 노하우 공유로 상생

입력
2016.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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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형 TV 뒤판 개발업체에

공정ㆍ금형 개선 등 노하우 전수

협력사 2년새 매출 2배 뛰어

‘테크포럼’ 개최해 기술정보 공유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 오성디스플레이의 뒤판이 적용된 초박형 아트슬림 TV를 모델이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 오성디스플레이의 뒤판이 적용된 초박형 아트슬림 TV를 모델이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만성화한 경기 침체에도 매출액이 2년(2013~15년) 만에 584억원에서 1,014억원으로 늘어난 회사가 있다. TV, 모니터 부품을 생산하는 오성디스플레이다. 이 회사는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오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에 TV용 뒤판을 납품하던 업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액정표시장치(LCD) TV인 ‘아트 슬림 TV’를 개발하기 위해 2013년 오성디스플레이에 초박형 TV에 걸맞는 뒤판 개발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 두꺼운 구형 TV 뒤판만 생산하던 오성디스플레이는 기술이 부족했다. 단순히 TV 뒷면을 감싸는 것 같지만 초박형 TV에 들어가는 뒤판은 부품들을 충격과 먼지 등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LCD 패널에서 발생하는 열을 잘 방출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가벼워야 한다.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없으면 매끈한 모양으로 생산하기 어렵다.

오성디스플레이를 돕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곧바로 혁신ㆍ개발 전문가들을 파견해 공정과 금형 개선, 개발 노하우를 전수했다.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지원하고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오성디스플레이가 뒤판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도왔다. 결국 오성디스플레이는 양산에 성공했고, 불량률을 35%에서 10%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부품을 공급받은 LG디스플레이도 생산성을 높여 비용 절감효과를 얻게 됐다. LCD 패널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완성도 높은 뒤판까지 붙여 공급받는 업체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른바 ‘상생’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인 한상범(오른쪽) 부회장이 안충영(왼쪽) 동반성장위원장과 지난해 7월 협력사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인 한상범(오른쪽) 부회장이 안충영(왼쪽) 동반성장위원장과 지난해 7월 협력사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의 상생 노력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CD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2006년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선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협력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 때부터 ‘협력사들의 경쟁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상생 철학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협력사의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LG디스플레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상생 활동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2007년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상생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 구성됐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2,3차 협력사들의 작업 환경 및 생산 공정 개선을 위해 산업혁신운동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컨설팅 비용은 LG디스플레이와 1차 협력사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회사를 표방하며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협약 조항을 협약서에 반영, 이행하고 있다. 기본 준수사항은 ▦기술자료 부당 요구 및 사용 금지 ▦부당 반품 및 수령거부 금지 ▦부당 하도급대금결정 금지 ▦부당 주문취소 금지 등이다. 협력사 등록과 관리는 협력사 전용 포털에 게시하고 주요 사항을 동반성장포털에 안내하는 등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동반성장포털은 배려와 경청하는 자세를 통해 진정한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동반성장 정책 ▦동반성장 프로그램 ▦환경ㆍ안전 ▦커뮤니케이션 코너 등으로 구성돼 LG디스플레이와 협력사간 소통 채널로도 활용되고 있다. 동반성장 프로그램 코너에서는 자금, 기술, 교육, 경영 등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소개돼 있다. 협력사들은 이중 필요한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담당자를 찾아 지원 방안을 확인하고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협력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부당한 일을 금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정보 공유는 물론 협력사와 미래 신기술 발굴을 위해 매년 9월 ‘테크 포럼’ 행사를 열고 있다. 이 행사는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협력사를 파주공장에 초청해 시장 동향과 기술 개발 방향을 공유하고 미래 기술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해 테크 포럼에서는 올레드 분야의 구체적인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각 사업 단계별로 협력사와 공동 개발할 기술과 제품을 협의했다.

LG디스플레이는 명절 상여금을 비롯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을 앞둔 이달초엔 협력사들의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자재 대금 등 4,950억여원을 정기 지급일보다 앞당겨 지급했다. 앞서 올 초 설 명절에도 8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5,000억원을 조기 지급하는 등 연간 1조원 규모의 협력사 명절 대금 조기 지급을 시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LG디스플레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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