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독] 朴정부 첫 국정교과서, 1년만에 139곳 고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 朴정부 첫 국정교과서, 1년만에 139곳 고쳐

입력
2016.09.26 04:40
0 0

문제 없다던 초등5학년 사회

잘못된 설명^비문 등 오류 많아

검정교과서에선 평균 30건뿐

교육부, 수정사항 9곳만 알려

40만명 틀린 내용 배우기도

“정부 입맛대로 고칠 우려 확인”

지난해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서는 고려시대에 빨간 김치를 먹는 삽화(왼쪽)가 실렸지만, 올해 수정된 교과서에서는 김치 그릇이 완전히 삭제됐다. 고추는 조선후기에 들어온 작물이라 고려시대에 빨간 김치가 있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은혜 의원실 제공
지난해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서는 고려시대에 빨간 김치를 먹는 삽화(왼쪽)가 실렸지만, 올해 수정된 교과서에서는 김치 그릇이 완전히 삭제됐다. 고추는 조선후기에 들어온 작물이라 고려시대에 빨간 김치가 있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은혜 의원실 제공

현 정부가 첫 발행한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를 교육부가 뒤늦게 대폭 수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오류투성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지난해에는 문제가 없다던 입장을 은근슬쩍 철회한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아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행된 초등 5년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139곳이나 수정해 올해 8월 발행했다. 현 정부가 처음으로 발행한 국정교과서이자, 초등학생이 처음으로 역사(전근대)를 배우는 교과서다. 지난해 9월 역사연구자, 역사교사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이 교과서의 잘못된 역사 서술, 용어 및 역사 인식의 문제, 비문(非文) 등 오류에 대해 지적했다. 대부분의 지적에 대해 “오류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교육부가 1년 후 교과서를 대폭 수정하면서 ‘뒷북 수정’ ‘도둑 수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표적 오류는 고려시대에 빨간 김치를 먹는 삽화(110쪽)다. 고추는 조선후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작물이라 고려시대에는 빨간 김치가 등장할 수 없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교육부는 “고추 재배 이전에도 맨드라미, 오미자 등을 활용하여 음식에 붉은 색을 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올해 발행된 교과서에서는 삽화에서는 김치 그릇을 삭제했다.

또 조선시대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을 번역한 부분이 지난해 교과서에서는 “(일본인이나 여진족이)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거나 제멋대로 노는 자가 있으면 곤장 80에 처한다”라고 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일본인이나 여진족)를 데려온 조선의 관리에게 벌을 준다”고 바로잡았다. 이 밖에도 “(신라 말) 한 지방을 독자적으로 다스릴 만큼 세력이 커진 사람들을 호족이라고 불렀다”(81쪽)에서 호족을 ‘성주 또는 장군’이라고 바로잡고, “‘농사직설’을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다”(144쪽)고 한 부분은 “수령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수정했다. 역사적 사실이나 용어를 완전히 잘못 적은 오류들이다.

그림 2지난해 사회 교과서의 고려 말 경계선과 '경국대전' 을 인용해 일본인과 여진족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왼쪽)이 올해 교과서(오른쪽)에서는 대폭 수정됐다. 유은혜 의원실 제공
그림 2지난해 사회 교과서의 고려 말 경계선과 '경국대전' 을 인용해 일본인과 여진족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왼쪽)이 올해 교과서(오른쪽)에서는 대폭 수정됐다. 유은혜 의원실 제공

교과서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정부는 ‘수정ㆍ보완 대조표’를 학교에 배포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9가지 오류에 대해서만 대조표를 보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정부가 교과서 오류를 계속 묵히고 있다가 뒤늦게 수정하면서 40만명이 넘는 현재 6학년 학생들이 잘못된 내용을 배웠다”고 비판했다.

수정을 요구한 주체도 논란거리다. 교육부 문서에 교과서 수정사항마다 기재하도록 돼있는 ‘수정 요구 기관 또는 단위’에 집필진의 ‘자체수정’, 교육부가 현직교사로 구성한 ‘교과서 모니터링단’ 외에 ‘국가사회적 요구’라는 애매한 주체까지 포함해 결국 정부 입맛대로 역사 교과서를 수정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의원은 “초등 국정교과서에 교육부가 개입하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라며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도 이처럼 개입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139건에 달하는 수정건수도 매우 많은 것이다. 모든 교과서는 매년 어색한 표현 등에 대해 수정ㆍ보완 과정을 거치는데, 검정교과서인 중학교 9개 역사교과서는 발행 1년 후(2014년) 권 당 평균 30건, 고등학교 8개 역사교과서는 권 당 평균 50건(2015년) 정도를 수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려시대 김치로 보이는 반찬 등은 오류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