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권병… 의회정치 파괴”
이정현 “대통령 쓰러뜨리려는 음모” 맹공
미르 재단 등 朴 측근 의혹 차단막 성격도
야당, “여소야대 현실 실감하도록”
새누리 국감 불참 땐 여론 역풍 기대
교문위, 공방 없이 미르 의혹 파헤칠 수도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맞붙었다. 표면적으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대립이지만, 본질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도권 싸움이다.
새누리당은 ‘야3당의 공조’에 따른 해임안 가결을 힘의 논리에 의한 의회정치 파괴로 포장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25일 긴급 소집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언제까지 다수당이 될지 모르겠지만 상식에 맞지 않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금도를 벗어난 ‘대권병’으로 규정했다. 새누리당의 격앙은 ‘거야(巨野) 힘빼기’ 측면에서 봐야 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기간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개최 중 하나라도 수용한다면 김 장관 해임안을 발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야당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생 사람(김 장관)을 잡은 것”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야당 일방의 뜻대로 간다”고 말했다.
여당의 강한 반발은 최근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중심으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실세 비리 의혹에 대한 ‘차단막 치기’ 성격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벼르는 ‘미르국감’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국감 초반 파행으로 냉각기를 만들어 다소 김을 빼는 효과는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한 분노에 가까운 법적ㆍ감정적 대응 역시 ‘야당 출신 의장 길들이기’란 해석이 우세하다. 이장우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는 “의장으로 인정할 수 없고 칭호도 쓰지 않겠다”며 공식 회의에서 정 의장을 ‘정 의원’이라고 불렀다.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시위’라는 해석도 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 지도부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 대한 해임안을 낸 야권을 그냥 두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심야에 소집된 비상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는 야권을 겨냥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음모”라며 “탄핵까지도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몰아 세웠다.
해임안 통과 이후 사의를 표명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아파 자택에서 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 사퇴는 없을 것”이라며, 사퇴를 만류할 뜻을 밝혔다. 의총에서도 의원들은 박수로 정 원내대표를 재신임했다.
야권은 ‘3당 공조’를 재구축하면서 ‘야성’을 회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민주에선 “여소야대를 확실히 실감하게 해줘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었고, 국민의당에서도 박 대통령의 ‘북핵 위기는 야당 탓’ 발언에 해임건의안 찬성으로 기류가 급선회했다.
여당 내에서 이례적으로 제기된 ‘국감 보이콧’ 카드도 감행할 경우 국정의 책임을 방기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리란 분석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의 질서를 무시한 채 대통령의 지시에서 한 발짝도 자유롭지 못한 여당의 무기력, 의회의 해임건의조차 수용 않는 대통령의 불통이 재차 부각됐다”고 말했다.
야3당은 새누리당이 불참해도 국감은 정상적으로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인 상임위는 야당 만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국감을 진행할 수 있다. 야권이 ‘미르국감’을 예고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위원장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오히려 여당과 공방없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을 파헤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국감을) 개회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사회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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