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채린/사진=KLPGA 제공.
[춘천=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장타여왕' 박성현(23ㆍ넵스)이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역전패의 쓴 잔을 들이켰다. 우승은 2년 차 양채린(21ㆍ교촌F&B)이 차지했다.
박성현은 25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골프장(파72ㆍ6,527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미래에셋대우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를 쏟아내며 6오버파 78타로 부진했다. 78타는 이번 시즌 최악의 스코어다. 박성현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7타 차 공동 17위에 그쳤다. 그는 올 시즌 선두 그룹에서 최종 라운드에 나섰을 때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 '승부사'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한 양채린에게 우승컵을 빼앗겼다.
양채린은 버디 6개, 보기 3개를 엮어 3언더파를 기록,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희원(25ㆍ파인테크닉스)과 동타를 이뤄 연장승부를 펼쳤다. 둘은 18번홀(파3)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두 번째 홀까지 파를 잡아내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승부는 세 번째 연장전에서 갈렸다. 먼저 티샷을 한 양채린의 공은 핀을 지나 에이프런까지 굴러갔다. 정희원의 공은 그린에 안착했다. 양채린은 정희원과 달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양채린은 경기 후 "갑자기 우승해서 얼떨떨하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성적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며 "욱하고 그런 게 많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실수를 해도 화내지 않고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는 걸 깨달았다. 위기가 와도 '할 수 있다' 생각하면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양채린, 신인 김지영2(20ㆍ올포유)과 동반 플레이를 한 박성현은 평소와 다르게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박성현은 14번홀(파4)부터 4개홀 연속 타수를 잃었다. 그는 14번홀부터 3연속 보기를 냈으며 17번홀(파5)에선 더블보기를 범했다. 샷이 한번 빗나가자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한번에 무너졌다. 체력적인 요인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다음 날 프로암을 뛰고 사흘 만에 경기에 나선 그는 1, 2라운드에서 선두권에 속했으나 끝내 피로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전날 경기 중에도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려는 듯 필드에서 의식적으로 뛰었다.
물론 대회 흥행은 책임졌다. 박성현은 구름 갤러리들을 몰며 대회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어림잡아 400명 이상의 갤러리들은 라운드 내내 박성현의 뒤를 밟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세영(23ㆍ미래에셋)의 존재감도 압권이었다. 박성현이 14번홀, 김세영이 15번홀(파5)을 나란히 돌 때는 600-700명의 갤러리들로 북적였다. 14번홀 티박스와 15번홀 그린은 불과 50m 간격을 두고 높낮이만 달랐다. 전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도전할 수 있는 순위에 올라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잠을 푹 잤다. 플레이 하는 데 좋은 몸 상태다"고 우승 욕심을 냈던 김세영은 이날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김세영은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김해림(27ㆍ롯데), 김소이(22ㆍ동아회원권)와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은 경기 후 "그린스피드가 가장 빨랐다. 핀 포지션도 어려웠다. 매 홀마다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장타로 스타일이 비슷한 박성현과의 향후 재대결도 기대했다.
시즌 2승을 거둔 배선우(23ㆍ삼천리)는 합계 5언더파 211타로 이승현(25ㆍNH투자증권)과 함께 공동 8위에 포진했다. 1, 2라운드에서 선두권에 속했던 정재은(27ㆍBC카드)과 양수진(25ㆍ파리게이츠)은 4언더파 211타로 공동 11위에 위치했다.
춘천=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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