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은 1주일 후면 ‘두 개의 세상’으로 나뉜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스플릿시스템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12팀이 3라운드를 치른 뒤 상위 6팀과 하위 6팀을 두 그룹으로 나눠 우등생(상위그룹)은 우등생끼리, 열등생(하위그룹)은 열등생끼리 1라운드를 더 소화한다. 상위그룹 1위는 우승, 하위그룹 최하위는 강등이다. 따라서 각 팀들은 일단 상위그룹 잔류를 1차 목표로 한다. 내달 2일 열릴 경기가 스플릿라운드 이전에 펼쳐지는 마지막 라운드다.
올 시즌 상ㆍ하위그룹 판도에서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가 하위그룹으로 탈락했다. 수원은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막판 2골을 헌납해 2-2로 비기며 하위그룹으로 떨어졌다. 포항은 같은 날 광주FC를 1-0으로 이겼지만 승점이 38에 불과하다. 포항이 상위그룹으로 가기 위한 경우의 수는 제로에 가깝다. 다음 달 2일 포항이 승리하고 경쟁 팀들이 다 져야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온다 해도 승점이 같아 다득점을 따져야 하는데 포항은 경쟁 팀에 비해 득점이 가장 적다. 결국 포항의 상위그룹 행 확률은 0%에 가깝다. 수원과 포항이 상위그룹에 남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팬들의 충격은 더 크다.
수원의 문제는 뒷심 부족이다. 매 경기 막바지 무너지곤 했다. 수원은 올 시즌 47실점했는데 전반 11실점, 후반 36실점이다. 후반 실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특히 후반 31~45분에 9골, 후반 45분 이후 추가시간에도 8골이나 내줬다. 수원 구단 게시판에는 막판 체력과 집중력 저하를 성토하는 글이 끊이질 않는다. ‘축구가 80분이었으면 수원은 우승했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포항은 최진철(45) 감독이 24일 광주전 직후 하위그룹행의 책임을 지고 전격 물러났다. 올 시즌 직전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이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중도 사퇴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스플릿시스템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 중 하나가 전남 드래곤즈다.
전남은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상위그룹에 들지 못했다. 매번 종이 한 장 차이로 탈락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전남은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원정에서 이기면 상위그룹 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득점 없이 비기는데 그쳤다. 같은 날 상주 상무를 5-1로 누른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점 46으로 4위를 마크하며 상위그룹 잔류를 확정했다. 남은 5,6위 자리는 10월 2일 판가름 난다. 두 장의 티켓을 놓고 전남(승점 43)과 상주(41), 성남FC(41), 광주(41) 등 4팀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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