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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녀들의 삶을 위한 한국의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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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녀들의 삶을 위한 한국의 기여

입력
2016.09.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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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눈부신 성장 속도로 과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선진 공여국 대열에 진입하였다. 때문에 우리의 발전 경험에 대한 개발도상국과 국제사회의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성평등 분야에 대한 한국의 기여는 미약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젠더마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원조 중 성평등 원조 비율은 2012년 7%, 2013년 10% 수준이다. 29개 OECD DAC 회원 국가 중 27위에 불과하다. 국제사회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성장’을 표방한 가운데 성평등 ODA 확대를 위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개발정상회의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BLG)’ 구상을 발표하였다. 박 대통령은 여기서 향후 5년간 한국이 개도국 소녀들을 위해 2억달러 규모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유엔 등의 국제기구 및 기업들과 협력할 예정이며, 시범국가인 라오스와 미얀마에 보건 역량 강화 분야를 중점 지원하여 보건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을 둘러보면 소녀들의 처지는 극도로 비참하다.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인구의 60%가 여성과 소녀들이다. 임신ㆍ출산과 관련해 예방 가능한 원인을 막지 못해 매일 800명의 여성이 사망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여아 10명 중 1명이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5~19세 사이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발생률이 가장 높다. 개도국에서는 매년 15~19세의 소녀 1,600만명이 조기 임신으로 인한 출산을 하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합병증은 이 연령대 소녀의 사망 원인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청소년 신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ㆍAIDS) 감염자의 80%가 소녀이며, 에이즈는 소녀와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 아래 이미 선진 공여국과 국제기구, 국제 비정부기구(NGO)는 개도국 소녀들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미국의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 사업이다. 2015년 3월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주도로 발족한 이 사업은 여성 청소년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조혼 및 강제결혼, 여성할례 근절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를 통해 정부와 학교, NGO가 협력하여 1년 동안 382명의 소녀들이 조혼, 강제결혼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영국은 국제개발부의 주도 아래 2012년도부터 ‘걸스 에듀케이션 챌린지’ 프로그램을 시작, 소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 OECD DAC에 가입하면서 명실공히 선진 공여국의 대열에 들어선 만큼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구상’을 통한 많은 국제적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9월 30일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을 주제로 개최하는 ‘제8차 개발과 젠더에 관한 아태개발협력포럼’ 또한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 우물물을 길으러 3시간을 왕복하는 우간다의 소녀를 위해 식수탑을 세워주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배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여러 시간 등교하길 마다하지 않는 라오스 오지의 소녀들을 웃게 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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