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vs 트럼프, TV토론 준비
“달 착륙 중계 이후 최대 이벤트”
역대 최대 1억명이 시청 예상
클린턴, 강심장 측근 레인스
가상 트럼프 삼아 토론 ‘예방주사’
트럼프, 무의식적 버릇 분석
“클린턴 동요하면 더 몰아붙일 것”
2016년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후보 TV토론을 앞두고 민주ㆍ공화당 양당 대선주자들이 모의 토론과 심리학까지 동원한 막판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주 헴스테드에서 열리는 토론은 ‘1969년 달 착륙 중계에 이어 최대 TV 이벤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아 역대 대선 TV토론 중에서도 최대인 1억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진영은 힐러리 클린턴의 약점을 가장 잘 알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보다 입도 걸고 교활한 필립 레인스 언론 보좌관을 가상의 트럼프로 내세운 모의 토론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리 모의 토론이라도 카리스마가 강한 ‘보스’ 클린턴에게 “거짓말쟁이 비열한 클린턴 후보는 바람둥이 남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측근은 레인스 보좌관 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클린턴도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에서 “레인스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말을 해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TV토론의 달인’을 자처하며 겉으로는 준비를 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온 트럼프도 ‘허허실실’작전을 편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후보 심리분석에 능한 선거컨설팅 업체인 ‘캠브리지 애널래티카’에 의뢰, 클린턴 후보의 최근 16년간 모든 토론 영상을 분석해 내면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무의식적 버릇을 찾아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가 보안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클린턴이 질문의 해답을 찾지 못하거나 당황할 때 보여주는 행동 특성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의 은밀한 토론준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제 토론에서 트럼프가 던진 질문에 클린턴이 동요하고 있다는 특정 반응을 보일 경우 더욱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이처럼 정책토론 대신 네거티브 상황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26일 저녁 9시(한국 시간 27일 아침 10시)부터 1시간 30분 진행되는 토론은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난타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론 내용도 외교ㆍ안보, 경제, 이민개혁 등에 대한 각 후보의 구상 보다는 상대방의 약점 들추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폐렴진단으로 유세까지 중단해야 했던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과 국무장관 재직시절 주요 정보를 개인 이메일로 주고 받은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을 부각시킬 게 뻔하다. 또 공화당 경선에서 15명 경쟁자를 좌절시켰던 거칠고 뻔뻔한 언어로 클린턴 후보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생활을 들춰낼 가능성도 크다. 클린턴 재단의 운영비리를 둘러싼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을 폭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은 주요 국정이슈에 대해 트럼프 대비 식견이 높다고 자부하는 만큼 스스로 먼저 나서 비방전으로 이끌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예상대로 정책토론에서 벗어난다면, 수세적이기 보다는 트럼프의 과거 온갖 비리와 약점을 들춰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경선 중 트럼프가 히스패닉ㆍ장애인ㆍ여성 등 소수계를 대상으로 쏟아낸 막말ㆍ비하 발언을 상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납세자료’문제도 물고 늘어질 게 확실하다. 두 후보 모두 약점이 많은 만큼, 결점을 잘 방어하고 상대 단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쪽이 토론의 승자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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