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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국수도 한 입 못 먹었는데

입력
2016.09.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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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부부와 함께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다. 소문난 집이라 우리가 받은 대기번호는 100번이 넘었다. 날씨가 뜨거웠고 나는 아기를 안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다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옹알옹알 잘 놀던 아기는 국수가 나오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아기는 쉬지 않고 울어댔다. 얼러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순간 식당 안 손님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굴이 빨개진 나는 아기를 들쳐 안고 후다닥 식당을 빠져나갔다. 가슴이 콩닥콩닥. 누군가 동영상을 찍지는 않았을까. ‘메밀국수집 맘충’으로 내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 때문에 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아이엄마를 일컬어 ‘맘충’이라 한다는데, 요즘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가 바로 그거다. 결국 동생 부부도 식사를 포기하고 식당을 나왔다. “나중에 애 좀 크면 다시 오자. 아기 어릴 땐 다 그래.”

아기엄마가 되고 보니 눈치 볼 일이 늘었다. 억울하게 맘충 누명을 쓴 이들도 있지만 어처구니없을 만큼 뻔뻔한 엄마들도 사실 있다. 고위공직자 자녀나 손자들의 절반 이상이 상대적으로 덜 힘든 비전투병과에서 복무를 했다고 한다. 실력이 좋아서 비전투병과에 배치된 이들도 있겠지만 누가 보아도 코웃음이 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엄마들은 어땠을까. 눈치를 좀 보았을까. 내 자식 위한 일인데 까짓 사람들, 국민들 눈치를 왜 봐,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7,000원짜리 국수도 한 입 못 먹고 나왔는데. 사람들 눈치 보느라 그랬는데, 뉴스를 보고나니 공연히 배가 아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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