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당론으로 정하기는 부담
심야 의총 후 “자유투표 하기로”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세 대결 속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입장이 주목 받았다. 국민의당은 당초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가 민생과 거리가 멀고 정치공세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야3당 공조에서 한 발짝 물러났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북핵 위기의 책임을 야권에 떠넘긴 데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 제기도 일축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해임 찬성’ 기류로 급변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비대위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비공개 사전회의에서 해임건의안 표결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주승용 비대위원 등이 표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내에선 박 대통령의 전날 야당 비판 발언을 계기로 ‘정권 견제’ 차원에서 찬성 당론을 정해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 제출을 반대해 온 황주홍 의원은 이날 블로그에 “해임건의안은 공연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해임건의안 정략에 국민의당이 들러리를 서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황 의원을 포함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일부 호남 중진들은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오후 10시가 다 돼서야 개최된 의원총회에서는 별 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배경에는 자유투표나 찬성 당론을 정하는 것 모두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투표 방침을 정해 만약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판과 함께 향후 야권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이 야당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 민심의 이탈과 함께 박지원 위원장 등 지도부의 리더십에 치명적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찬성 당론을 결정했다면 이미 한 차례 의총을 통해 해임건의안 제출에 불참하기로 한 상황에서 ‘말 바꾸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의총을 거친 결과, 자유투표 기조를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심야 의총 직후 “의총에서 당론으로 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헌법기관으로서 의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자유투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도를 넘었다”고 가결 당론 채택에 힘을 실었다고 한 참석 의원이 전했다. 당내에서도 사전 표 계산을 한 결과, 박 대통령의 야당 비판 발언에 대한 부정 여론으로 자유투표를 한다고 해도 해임 찬성 표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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