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23일 자정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의 대정부질문 도중 회의의 차수 변경을 선언하고 표결을 진행한 것을 두고 한밤중 논란이 일었다.
대정부질문과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오래 끌면서 23일 자정을 넘김에 따라 회의 차수 변경을 막아 표결을 무산시키려던 새누리당의 전략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정부질문을 가능한 빨리 끝내고 표결에 들어가 해임건의안을 단독 통과시키려 했었다.
정 의장은 이우현 의원의 대정부질문 도중이던 23일 오후 11시57분쯤 일어나 회의의 ‘차수 변경’ 예정을 고지했다. 이후 24일 0시20분쯤 질문이 시간을 넘겨 이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마자 정 의장은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협의를 거쳐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개의한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며 “(국무위원들의) 출석 의무가 종료됐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돌아가도 좋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국회 일정인 회의 차수 변경을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며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1일 1회의 원칙이 있고 이 날이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자정을 지나 회의 차수를 변경하려면 여야가 국회법에 따라 제대로 협의를 해야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야 협의 없이 이렇게 직권으로 날치기를 해서 개의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헌정사에 치욕적인 폭정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의회주의를 말살하는 독재자”, “정세균은 독재자”라고 외치며 정 의장을 향해 항의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장석에 앉아 있다가 “국회법을 사전에 검토했다”며 “국회법은 합의가 아닌 협의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못박으며 표결을 강행했다. 여당과 차수 변경에 합의는 하지 못했지만 협의 절차는 거쳤다는 것이다.
국회의장실은 헌법재판소가 2008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직접 협의하지 않고 의사일정 순서를 변경한 것이 국회법 제77조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법상 ‘협의’의 개념은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하는 절차라는 성질상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고, 그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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