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형제 잇따라 만나
북핵문제 해결에 협조 요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현직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 전통적 우방인 쿠바를 직접 공략하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유엔 방문에 이어 22일(현지시간) 쿠바로 넘어간 아베는 쿠바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90)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동생 라울 카스트로 의장을 잇따라 만나 국제사회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NHK 등에 따르면 아베는 수도 아바나에 위치한 카스트로 전 의장 자택에서 70분간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 평화ㆍ안전에 대한 기존과 다른 수준의 위협”이라며 “엄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는 카스트로 전 의장이 2003년 일본 방문 때 2차 대전 원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찾았던 사실을 화제로 꺼내 “‘인류가 이런 경험을 반복해선 안된다’고 했던 (카스트로 의) 메시지가 일본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고 치켜세웠다. 또 쿠바가 북한과 오랜 우호관계란 점을 겨냥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해결에도 간접적으로 힘써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카스트로 전 의장은 “양국이 ‘핵없는 세계’를 만드는 데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에 공헌하고 있어 감동했다”고 말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혁명궁전에서 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암 진료 등 쿠바의 의료기기 도입 비용 13억엔(약 142억원)을 무상 지원키로 했다. 또 쿠바의 대일채무 1,800억엔(약 1조9,697억원) 중 1,200억엔(약 1조3,131억원)을 면제하기로 했다.
아베 정부는 일본기업의 현지 진출 선점을 노리고 쿠바의 광물과 관광자원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쿠바의 영향력을 감안해 1959년 쿠바혁명으로 미국이 국교를 단절한 뒤에도 비정치분야를 중심으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이달 쿠바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쿠바를 향한 중ㆍ일의 구애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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