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중ㆍ러 국가 차원 해킹 추정
버라이즌과 인수 협상 변수로
한때 세계 최대 인터넷포털에 올랐던 야후에서 사상 최대인 5억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미국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2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야후 전산망에 대한 해킹 공격으로 5억여명 회원의 성명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패스워드, 본인 인증 질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야후 측은 그러나 은행 계좌번호나 신용카드 번호 등과 같은 민감한 금융 데이터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야후 이메일 사용자들에 대해 비밀번호와 본인 인증 질문 변경 등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단위 해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해킹은 2014년말에 이뤄졌으며, 5억명이 넘는 정보 유출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미 수사당국은 배후세력을 적시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 언론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공격한 러시아, 미국 기업에 대한 해킹 전력이 있는 중국과 북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 여름부터 야후 해킹에 대한 소문이 시장에서 나돌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테사88’이라는 러시아 해커가 비밀 인터넷 포럼 등에서 야후에서 훔친 데이터를 언급했고 7월에는 데이터 일부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8월에도 ‘평화’라는 이름의 집단이 야후 온라인 사용자 2억 명의 데이터를 해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진행 중인 483억달러(53조원) 규모의 인수ㆍ합병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킹에 따른 정보유출로 불안을 느낀 회원들이 이탈할 경우 야후의 시장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경우 야후로서는 상당한 비용을 감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천도 이번 사건이 두 회사의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계약 조건상 버라이즌이 외부요인 변화나 야후의 실적 목표 미달 등을 이유로 인수를 취소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 신뢰 등에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면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자체를 깨지는 않더라도 버라이즌이 합병 금액을 낮추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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