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15주년을 맞아 최근 ‘AFTER 9.11’이라는 책을 낸 저자 헬레나 호비츠(Helaina Hovitz)는 “사고 당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데 1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9.11 당시 12세 소녀였던 그는 테러가 일어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주변에 살았다.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방송 보도를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아 10년 이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다.
호비츠의 사례처럼 9ㆍ11 테러는 방송 등으로 사건이 실시간 전달되며 미국 국민들을 집단 공포에 몰아넣었다. 미국 정부는 국민들이 겪은 이 같은 충격을 치유하기 위해 15년이 지난 지금도 광범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정부 지원으로 치료를 받은 7만5,000명 중 87%는 현장에 없던 간접 피해자다. 미국 정부는 직접 피해자뿐 아니라 대형참사를 목격해 충격을 받은 이들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TV로 지켜본 이들에게 ‘아이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집단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심리 치료의 대상을 직접 피해를 입은 이들에 국한시켰고 언제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보장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2090년까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만큼 우리 정부의 노력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이예진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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