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14> 명인전은 각자 생각시간 두 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요즘 대부분의 국내 기전이 생각시간 10분 정도의 속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비교하면 대국자들이 수읽기를 하는데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바둑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어느덧 두 선수 모두 생각시간을 다 소비하고 이미 초읽기에 몰린 상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세돌이 좌변에서 쉽게 처리했으면 무난히 승리를 굳힐 수 있었는데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깜빡 실수(▲)를 하는 바람에 거꾸로 백이 먼저 △를 두게 돼서 바둑이 좀 더 길어졌다. 이세돌이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뭔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자책하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반면을 정리해 나갔다.
먼저 1~5를 선수 해 좌변 흑돌의 연결 상태를 확실히 해둔 다음 7로 뛰어 나가 은근히 좌변 백을 위협했다. 박정환이 8, 10으로 지키자 이번에는 11, 13으로 오른쪽 백 대마를 공격했다. 백은 14부터 20까지 응수할 수밖에 없는데 흑이 21로 머리를 내밀자 좌우의 백돌이 모두 불안한 모습이다.(19…14)
박정환이 22로 밀고 나가 먼저 좌변부터 수습했다. 다음에 <참고도> 1, 3이면 4로 끊어서 흑 석 점을 잡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백 대마는 이대로 손을 빼도 안전한 것일까. 이세돌이 일단 23, 24를 선수한 다음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 무시무시한 강펀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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