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2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2014년 9월 관치금융 철폐를 내걸고 파업에 참여한 지 2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연다. 금융노조는 전국 1만여 영업점에서 온 9만 명 가까운 인파가, 사측은 3만~4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가요 배우기, 구호 연습 등의 사전 행사를 거쳐 오전 10시 30분 총파업 선포식을 한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연단에 올라 파업 취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오후부터는 각종 문화공연과 투쟁 발언, 추후 파업을 위한 임시 대의원 총회 등의 순서로 꾸며진다.
금융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건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의 조기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특히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은행권 사측 대표인 사용자협의회가 금융노조와 산별 협상을 하면서 개별 성과연봉제와 함께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을 함께 요구하자 이런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해고 연봉제'로 바꿔 부르며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도입 준비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성과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다.
이런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 질이 떨어지고,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문호 위원장은 "정권이 강요하는 해고 연봉제는 금융노동자들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민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가 이날 하루 동안 총파업에 나서면서 영업점 업무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은행들은 파업 참여 규모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고객 피해를 최소화 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7월 20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95.7%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는 건 지난 2000년 7월, 2014년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각각 관치금융 철폐를 앞세웠으며 2000년에는 6만여 명, 2014년에는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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