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량 410만~420만톤 예상
적정 수요보다 35만톤 초과 수준
재고 175만톤… 보관비만 年5500억
소비는 줄어들어 가격 매년 추락
농민 직불금 늘어나 정부도 부담
벼 대체작물 재배 확대 검토
쌀은 올해도 과잉생산을 피해가지 못했다. 벼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더웠고 태풍이 비껴가면서 대풍(大豊)이 예상되고 있다. 풍년이 들면 농민이 기뻐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공급과잉은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소득보전직불금이 늘면서 정부의 부담은 커진다. 벌써 수년째 고착화되고 있는 구조다.
22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과의 쌀 수급안정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최종 쌀 수확량은 약 410만~420만톤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이는 적정 수요보다 35만톤 가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쌀의 적정 생산량인 390만톤을 20만~30만톤 초과하는 과잉생산이다.
쌀 생산량은 2009년 492만톤에서 정점을 찍은 후 줄다가 2012년(401만톤) 이후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해 433만톤을 기록했다. 쌀 소비는 주는데 쌀 생산이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재고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쌀 재고량은 2012년 76만톤에서 지난해 135만톤으로 늘었고,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75만톤까지 치솟았다. 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한국의 적정 쌀 재고량(80만톤)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재고량 증가에 따른 관리비용도 상당한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재고 10만톤을 보관하려면 연간 316억원이 소요된다. 175만톤이라면 산술적으로 5,530억원이 드는 셈이다.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매년 되풀이되는 쌀 과잉생산 문제는 해소될 수 없는 구조다. 쌀 수확기 평균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정부는 그 차액을 최대 85%까지 보전해 준다. 이 때 목표가격은 3년에 한 번씩 국회에서 결정하는데, 국회가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 매년 떨어지는 쌀값과는 반대로 계속 올리는 추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이 있어서 쌀값 하락에도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며 “여기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쌀 최저가격 보장제도까지 도입하면 쌀 생산과잉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불금 외에도 농민들이 쉽사리 벼농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벼농사는 다른 작물에 비해 자동화가 많이 이뤄져 있고 판로를 개척하기도 쉽다. 타 작물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가격이 어느 정도 보전이 되기 때문에, 배추나 양파 등 등락폭이 심한 작물에 비해 안정적인 측면도 있다. 전북에서 벼농사를 하는 한 농업인은 “쌀농사가 많이 남지는 않지만 일손이 많이 들지 않고 재배가 상대적으로 쉬워서 쉽게 다른 작물로 갈아타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부가 농지 면적 자체를 줄이거나 벼 재배 면적을 줄이는 식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도록 해 쌀 생산량을 줄이는 생산조정제를 검토 중이다. 논밭에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지급할 보조금 90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 했다가 최종 정부안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쌀 공급과잉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해당 예산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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