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처 총리실에 넘겨 비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안정성 위험 등 국가적 안전 위기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2일 경주지진 발생 당시 NSC 회의소집을 하지 않고, 사안대처를 국무총리실로 넘겼다.
NSC는 헌법 91조에 의거,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정책 수립과 현안 대응을 위해 1962년에 설립돼 1998년 상설기구로 자리잡았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군사적 위협은 물론 국가적 대형 재난 등에 대해서도 총괄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로 격상됐다. 노 전 대통령이 “국가적 안전위기에 대해선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NSC 내에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역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11월 NSC의 재난 대응 기능을 국무총리 산하 국민안전처로 이관, 협의의 군사적 안보 사안만 다루도록 조정했다. 청와대가 재난 문제까지 맡으면 군사 안보사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해지고, 안보 사안에 밀려 재난분야 대응 역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지진사태에서 드러났듯 국민 안전도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풍 등 통상적 재난에 대해 안전처가 전문 대응하는 것은 맞지만, 지진으로 인한 원전 위험성 문제 등 국가적 차원의 안전 이슈는 한 부처가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정부가 국무총리가 최종 책임자인 안전처를 볼모로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NSC에 관계부처 장관들을 모두 참석시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국가적 안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NSC의 국가 안전 위기 미대응이 헌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다수의 결정문을 통해 ‘국가안전’을 독립, 영토보전 등 총체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고,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국가안전의 수호를 선서하는 만큼 청와대 기구인 NSC가 대형 국가 안전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재난대응 업무를 맡았던 국토안보위원회를 NSC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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