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은 단일리그제에서 1995년 이후 21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두산은 이로써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오프 승자와 7전4승제로 벌이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2년 연속 시리즈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2001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OB 시절 포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10월 29일 두산의 홈인 잠실구장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1995년 두산의 첫 정규시즌 우승은 인천 도원구장 원정경기를 통해서다. 따라서 22일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 팬들은 창단 후 처음으로 홈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지켜본 셈이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뜨거웠다. 평일 경기임에도 1만9,170명이 찾았다. 두산이 6회말 3-1로 역전하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아올랐다.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은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오재일(30)이었다. 오재일은 무사 2루에서 주권의 초구인 시속 119㎞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월 2점포를 터뜨렸다.
오재일은 2005년 프로에 입문해 2012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그동안 백업에 머물던 오재일은 올해 비로소 재능을 맘껏 뽐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3할대(0.325)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30개지만 올해에만 26개를 터뜨렸다.
9회초 상대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자 불꽃이 잠실 하늘을 수놓으며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자축했다.
올 시즌 두산의 승승장구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해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고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뒤 구단주인 박정원(54) 두산그룹 회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박 구단주의 동생인 박지원(51) 두산중공업 회장도 야구단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너 형제의 뜨거운 야구 사랑이 빛나는 성적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구단 수뇌부의 안정적인 운영도 빼놓을 수 없는 우승 원동력이다. 김승영(58) 사장과 김태룡(57) 단장은 나란히 1991년 베어스에 입사해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왔다. 2011년에는 구단 사장과 단장에 동반 취임해 6년째 구단을 이끌며 선수단 지원에 힘 쓰고 있다.
현장의 리더는 김태형(49) 감독이다. 부임 첫 시즌인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를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팀에 우승을 안기더니 올해는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눈부신 질주를 펼쳤다. 4월 중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두산은 8월 초순 잠시 NC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이내 안정을 되찾아 여유 있게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선수들에게는 때로는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상한 ‘맏형’ 같은 리더십을 보여준다.
두산은 이제 2000년 현대가 세운 역대 한 시즌 팀 최다승(91승)에 도전한다. 22일 현재 90승을 거둬 남은 7경기에서 2승을 보태면 신기록이다. 막강 선발진도 2000년 현대와 비슷하다. 외국인 선발 듀오 니퍼트와 보우덴이 각각 21승과 17승을 거두며 최강 원투 펀치를 구축했고, 유희관도 15승으로 뒤를 받쳤다. 이날 선발 등판한 장원준도 시즌 15승째를 수확하면서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15승 이상 투수를 4명 배출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화수분 야구’의 전통도 어김 없이 이어졌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간판 타자 김현수(28ㆍ볼티모어)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큰 공백이 예상됐다. 그러나 그 빈 자리는 박건우(26)라는 깜짝 스타가 훌륭하게 메웠다. 2008년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으로 데뷔한 이래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재환(28)도 올 시즌 홈런을 36개나 터뜨렸고, 타점도 119개나 수확했다. 한편, 대전에서는 NC가 한화를 7-2로 꺾었다. 2위를 달리고 있는 NC는 이날 승리로 3위 넥센과의 격차를 4경기 차로 벌렸다. 한화는 최근 5연패에 빠지면서 가을야구와 한 발 더 멀어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