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수학 어려워진다는데… 전문가가 권하는 학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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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 수학 어려워진다는데… 전문가가 권하는 학습법

입력
2016.09.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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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통한 선행학습 의존

수업에 대한 호기심 잃게 돼

부모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아이들 배울 기회 빼앗지 말아야

교사가 어려운 내용 쉽게 바꾸고

시수 조정 등 주도적으로 재구성

“교과서 개정 너무 우려 안 해도 돼”

서울 잠실에 사는 A(34)씨는 최근 “내년 초등학생 1, 2학년 수학 교과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바빠졌다. 첫째 아들(6)의 초등학교 입학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아들은 이미 지난해 한글을 뗐고 덧셈 뺄셈도 할 줄 안다.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수학 사교육 ‘오르다’ ‘플레이팩토’를 비롯해 영어, 과학실험 관련 사교육도 받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수학이 더 어려워진다고 하니 너무 불안하다”며 “수학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다른 학원에도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에게 가르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수학 교과서의 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면서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거나 저학년 자녀를 둔 ‘초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갖고 잘 따라가도록 도와주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직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교육 시민단체 대표 등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선행학습? 초등생 학습 기회를 차단할 수도

부모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가장 쉽고 보편적인 방법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 하지만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 또는 저학년들에 대한 선행학습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원에서 미리 대략적인 내용을 배우면 학교 수업에 대한 호기심을 잃게 될 뿐 아니라 괜한 두려움만 키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광순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학원에서 이미 교과 내용이 ‘재미있다, 없다’는 걸 판단한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이 재미있게 수업을 준비해도 학원에서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흥미를 갖기 어렵다”며 “예습이 오히려 참 학습의 기회를 빼앗아 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단순한 계산능력, 정답이 중시된다면 선행학습이 어느 정도 빛을 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의 흐름이 바뀐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독’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학원들과 학습지도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려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능력은 실제 경험에서 가장 잘 길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초등교육학회 회장인 김정효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엄마와 함께 매실의 수를 세고 설탕 분량을 재 매실청을 담근다거나, 간단한 생활용품을 만들며 규격을 재는 등 실제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사고력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수학 계산이 빠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도 그런 학습방식이 굳어버리면 고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학교 생활 적응에서 애를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수업이 지루할 수밖에 없고, 아는 척을 하며 수업 흐름을 깨기 때문이다. 25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해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한 반 친구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배움인데, 선행학습을 하고 온 아이들은 중간에 쉽게 포기해버리거나 결과만 빨리 얻으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공부도 잘 하고 학교생활에도 적응을 잘 하라고 선행학습을 시키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이나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야를 보충하기 위한 중ㆍ고등학생의 사교육의 효용은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사회의 다양한 관계를 배워가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아이들은 아직 겪지 않은 초등학교 학습에 대한 불안이 별로 없는데도, 부모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아이가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빼앗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이에게 이야깃거리 만들어주기

전문가들은 교과서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내년 초등 교과서는 아직 개정작업 중인데다, 어려운 내용이 있더라도 교사들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쉽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정광순 교수는 “각 학년 교과 내용 중 어려운 것은 다음 학년으로 올리고 쉬운 것은 아래 학년으로 내리는 등 전반적으로 교과서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과 과정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아이들은 내용 자체는 쉬운데도 그 학년에서 안 했던 것을 하면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8년 차 교사인 노미경 경북 상주 화동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아무리 바뀌어도 교사가 어려운 내용은 쉽게 바꾸고 시수도 조정하는 등 주도적으로 재구성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쉽고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부모가 교과서 개정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학습을 돕고 싶다면 교과 내용에 앞서 관련 경험을 하게 해 흥미를 돋워주는 게 좋다. 거창한 체험이나 긴 여행을 계획하라는 게 아니다. 숫자를 배우기 전 집 앞 슈퍼마켓에 가서 요구르트 10개를 사오도록 하거나, 봄소풍 단원을 앞두고 집 근처 공원으로 가족 소풍을 다녀오는 식이다. 가족과의 장보기, 요리하기, 집안 청소 등 수많은 일상이 학습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정광순 교수는 “공책에 숫자 1~50을 반복적으로 쓰도록 하는 등 학교 학습과 닮은 꼴의 가정 학습보다 ‘우리 집은 아파트 7층, 집까지 가는 계단은 50개’ 등 아이가 학교 수업시간에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 주는 식으로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는 복습을 통해 돕는 것이 좋으며, 교과서가 중심이 돼야 한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수학의 경우 복습을 충분히 해서 그날의 진도를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아이가 교과 내용을 잘 모르면 문제집을 풀게 하는데, 그건 주객전도”라며 “수 개념은 교과서에 가장 잘 설명돼 있으므로 교과서를 중심으로 복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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