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약품이 등장한 지 한 세기 만에 우리는 놀랄 만한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우리가 함께 과학자들을 돕는다면 21세기가 끝날 때쯤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에 등장해 희망찬 표정으로 이와 같은 포부를 밝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색 티셔츠 차림으로 나선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의학 연구 지원을 위해 30억달러(약 3조3,1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아내 프리실라 챈과 무대에 선 저커버그는 2100년까지 지구상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초석을 이루겠다는 명확한 목표도 함께 내놨다.
저커버그는 이날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을 통한 향후 10년간의 구체적인 의학 연구비 지원 계획을 밝혔다. 심장질환, 암, 전염병 등 주요 질병의 종식을 위한 프로젝트는 부부가 지난해 12월 딸 맥스의 탄생을 계기로 자선 목적의 재단을 설립한 후 시행하는 사실상 첫 대규모 사업이다. 당시 저커버그 부부는 총 450억달러(약 50조5,000억원)에 이르는 페이스북 지분 99%를 생전에 재단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저커버그의 아내 챈은 특히 소아과 의사로서 겪은 임상의 경험을 연설로 생생히 전달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챈은 “백혈병 진단을 내리는 일부터 아이들을 소생시킬 수 없다는 통보를 하는 일까지 여러 가족의 가장 힘겨운 순간들을 함께했다”라며 “지금 과학에 투자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질병 없는 미래를 선물할 수 있다”고 기부 계획을 밝혔다.
저커버그 부부의 야심 찬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에 설립되는 6억달러(약 6,630억원) 규모의 독립 연구소 ‘바이오허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바이오허브에는 스탠퍼드, 버클리대학교 등의 저명한 과학자 및 기술자들이 모여 질병 퇴치를 위한 실험과 백신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저커버그는 이와 같은 계획을 밝히며 “지난 2년간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실제 페이스북뿐 아니라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의료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며 ‘질병 없는 세상’을 약속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는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와 협력해 컴퓨터가 질병을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AI를 활용, 10년 내로 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저커버그 부부를 향해 “매우 대단한 계획”이라며 “우리에겐 과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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