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인원 3배로 늘렸지만
상당수 의무 필수교육 못 받아
방역 전문성 기대 어려워
시ㆍ도 역학조사관 10명 중 3명은 직무수행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교육과정의 기간이 짧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조사관들은 아예 기본교육조차 받지 않고 현장에 배치된 것이다.
21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역학조사관 교육 이수현황에 따르면, 역학조사관은 지난해 34명(질본 16명, 시도 18명)에서 올해 93명(질본 43명, 시도 5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역학조사관 수가 보강됐기 때문. 지난달 시행된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감염병 관리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소속 공무원 30명 이상, 시도는 2명 이상의 공무원을 역학조사관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50명 가운데 14명은 지난달 말 기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기본교육을 받지 않고 배치됐다. 강원 경북의 경우 역학조사관 3명 중 2명이 각각 교육을 받지 않았고, 경남 광주 대구 대전 서울 세종 울산 인천 제주 충북 등에도 교육을 받지 않은 역학조사관이 1명씩 있었다. 질본 관계자는 “기본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3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일부 공무원이 시간을 비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안으로 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해 마지막 기본교육 일정(3차)은 19일에 이미 시작됐고, 다음 교육은 내년 초에 예정돼 있다. 역학조사관 수는 예전보다 늘었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역학조사관 교육은 신규자 기본교육(3주)과 기존 역학조사관 대상 지속교육(각 3일)으로 나뉘는데, 기본교육에서는 면접조사 등 역학조사 기법, 감염병별 역학적 특성 등 역학조사를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돼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관은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 문을 닫을지 말지 등 초동 대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아는 게 없으면 판단이 안 되고 방역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지방의 경우 중앙과 비교해 현장 경험을 쌓을 일이 부족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하반기에라도 교육 일정을 추가해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도 “사람을 뽑아 놓고도 활용이 제대로 안 된다는 뜻”이라며 “질본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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