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다’ 결론 외 내용 함구
조사 신뢰성에 의혹만 커져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건설 전 실시한 ‘활동성 단층(Capable Fault)’에 대한 지질ㆍ지진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수원이 경주 연쇄 지진 이후 불거진 인근 월성ㆍ고리 원전과 경주 방폐장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 지질조사의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조사결과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수ㆍ문미옥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예정 부지에 대해 육상(2015년 2~8월), 해상(2011년 4~6월, 2015년 6~12월)에 대한 활동성 단층을 포함한 지질 및 지진 조사를 진행했다. 한수원은 그 결과를 담은 예비안정성분석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제출했다.
원안위 고시에 따르면, 원전을 짓기 전 건설 예정 부지의 반경 320㎞에 대한 광역조사와 반경 8㎞에 대한 상세 지질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KINS에 내야 한다. KINS는 이를 토대로 안전 문제를 검토한 뒤 문제가 있는 지를 판단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원안위는 한수원의 원전건설 계획서를 심의, 허가한다. 만약 부지 반경 320㎞ 이내에 기준 이상의 긴 활동성 단층이 존재하면, 이를 반영해 원전 설계를 해야 한다. 이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제외한 국내 모든 원전과 방폐장에 적용됐다.
이에 따라 KINS는 2012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에 걸쳐 한수원이 제출한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한 지질ㆍ지진조사 보고서의 적합성 및 기술 검토를 진행했다. 그리고 ‘부지 반경 40㎞ 이내에 활동성 단층이 없다는 사업자(한수원)의 결론은 타당하다’ ‘부지 반경 8㎞ 이내 해양 지역에 대한 한수원의 조사 결과도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는 한수원이나 원안위(KINS) 모두 문제가 없다는 결론 이외에는 지질ㆍ지진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미옥 의원 측이 경주 지진 이전인 7월부터 수 차례 걸쳐 공개를 요청했지만, 한수원은 계속 거절했다. 김성수 의원은 “온 국민이 원전과 방폐장이 과연 안전한 곳에 지어졌고 또 지어지고 있는지를 놓고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는데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안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한수원과 원안위 측이 조사 방법, 과정, 결론에 대한 근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조사 자체에 대한 의혹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나 외부 전문가들도 그 동안 해당 조사 내용을 공개해 줄 것으로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심지어 원안위원들조차 보고서를 회의 도중 잠시 열람만 할 수 있을 뿐 철저히 비공개”라며 “한수원과 원안위의 폐쇄적 운영 때문에 민간이 직접 나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측의 조사에 직접 참여한 한 전문가는 “특히 해양 조사는 비용과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고 노하우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은 “설계사, 제작사의 경영 정보 등 영업상 기밀이 포함돼 있어 자세한 조사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원안위가 건설 신청을 하는 원전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이 역시 사업자 측이 별도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라 한계가 뚜렷하다”며 “최소한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검증이라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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