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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원전 정책, 에너지 정책 기본 틀 원점에서 새로 짜야,‘저탄소’에서 ‘안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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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원전 정책, 에너지 정책 기본 틀 원점에서 새로 짜야,‘저탄소’에서 ‘안전’으로

입력
2016.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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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을 근간으로 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경주 5.8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란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강진은 없을 것이란 전제 아래 마련된 원전 추가 건설 계획 등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영남 지역은 원전이 밀집한 곳이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은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이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저(低)탄소’가 아닌 ‘안전’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21일 정부의 제7차(2015~2029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2014년) 22.2%에서 2029년 23.4%까지 늘어난다.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총 24기다. 정부는 건설 허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건설 중인 원전 8기 외에 추가로 2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 원전은 34기가 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체제인 ‘포스트 2020’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 비중을 현재 28.2%에서 2029년 26.8%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경주 5.8 지진으로 이 같은 정책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그 동안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한’ 발전 설비란 게 정부의 기본 인식이었다. 실제로 2014년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해 안전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원전 인근의 지진 위험성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경주 5.8 지진으로 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모순에 빠진 꼴”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발생 가능한 자연재해였던 지진을 그 동안 완전히 간과해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사실 원전 인근 지역 지진과 활성단층의 위험성은 국내 전문가들도 꾸준히 제기해온 사안이다. 반면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과거의 논리에 갇혀 이러한 경고를 애써 외면해 왔다. 규모 5.8 지진이 현실화한 만큼 이젠 모든 위험요인에 대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원전은 발전 원가가 싸다는 가정도 도전받고 있다. 원전 건설의 사회적 비용과 방사성 폐기물 저장과 사용후 핵 연료 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발전 원가가 결코 경제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진과 이에 따른 원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그 동안의 원전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기존의 정책을 고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영남 지역 여론은 물론 정치권도 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도 후보 간 핵심 쟁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정책의 두 축인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은 각각 2년과 5년마다 발표된다. 기존 일정에 따르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내년, 에너지기본계획은 2018년에야 마련된다. 천재지변의 특수 상황임을 감안해 이를 좀 더 앞당기는 한편 이번 기회에 원자력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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