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현재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장기실업자 증가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장기실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 증가해 18만2,000명에 달했다. 장기실업자수는 2014년 이래 전년 비 매월 1만~2만 명 정도 늘어왔다. 더욱이 지난해 5월부터 3만~4만 명 선으로 증가폭이 커지더니 지난 7월에는 5만 명, 이번에는 6만 명 선을 잇따라 돌파했다. 8월 장기실업자 절대수치나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중(18.27%) 역시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최대치다.
단기실업은 구직과정이나 경기침체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여겨진다. 반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은 일자리의 절대 부족으로 구직, 또는 전직 시도가 잇달아 실패함으로써 빚어진다. 그래서 장기실업자 급증은 일반적으로 매우 우려할 만한 경기 이상 징후로 읽힌다. 장기실업자 급증은 청년실업과 동전의 양면 같은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부진 장기화나 기업의 신규고용 축소 같은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요인과 제조업 퇴조 같은 산업구조적 요인이 삼각파도처럼 맞물려 충격을 증폭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실업의 구조화’를 단숨에 해소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의 경기부진은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교역의 위축, 일본 유럽 등 주요국 경제의 부진, 중국 경제 경착륙 위험 등 거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경기나 일자리 사정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건 조선ㆍ해운 등 올 하반기에도 중추 제조업 부분의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 경우 구조조정과정의 대량실업 노동력을 흡수할 대체 일자리 부족으로 장기실업자 급증세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위기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행보가 여전히 안이하다는 것이 더욱 답답하다. 정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파동 이후 경제, 외교ㆍ안보, 인사, 재난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허둥거리고, 국회는 ‘경제살리기’보다는 내년 대선 셈법에 사로잡혀 어수선하다. 이래서는 경제회복이나 일자리 대책은커녕 자칫 대선 놀음에 빠져 외환위기의 해일이 밀려오는지도 몰랐던 1997년의 악몽이 되풀이되기 십상이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정책과 경제ㆍ민생ㆍ규제완화 법안이라도 원활히 처리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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